북한을 탈출한 탈북 동포들이 2만5000명에 이른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정착하지 못한 채 10명 가운데 한명 이상의 탈북자들이 한국을 떠나 영국·캐나다 등 제3국으로 떠나고 있다.

남한을 떠나는 ‘탈남(脫南) 탈북자’들의 규모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못하고 있지만, 작년말 유엔난민기구(UNHCR)의 통계에서 북한 국적의 망명 신청자가 총 2137명으로 집계되는데다, 여행비자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건너간 뒤 현지에 눌러앉은 탈북자까지 합하면 3000~4000명에 이를 것으로 탈북자단체 및 관계자들이 29일 추산했다.

해외에 망명했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온 탈북자들은 실제로 “영국 런던과 캐나다 토론토에만 각각 1000명이 넘는 탈북자가 살고 있다”고 전한다. 탈북자 10명 중 최소한 한 명 이상은 한국을 뒤로 한 채 제3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셈이다.

탈북자들의 이런 ‘제3국행’은 2007년부터 본격화했는데,가장 큰 이유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자는 “탈북자들은 한국에 오기까지 최소한 서너 번은 목숨을 걸어 죽음의 사선을 넘었다”며 “이 때문에 한국 보다 더 나은 곳이 있다면 얼마든지 모험을 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같은 민족인데도 한국에서 2등 국민 취급을 받는다는 불만도 적잖게 작용하고 있다. “조선족이나 흑인 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고 종종 느끼게 되는데, 이럴 바에야 차별받지 않는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자녀 교육도 제3국행을 부추키는 또다른 요인이다. 한국인 특유의 “내가 좀 희생하더라도 자녀에게는 영어 또는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주자”는 생각에서라는 것이다. 또 나이 든 탈북자들의 경우, 노인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선진국으로 떠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탈북자들의 3국행이 잇따르면서 이들의 망명 및 해외행을 주선하는 브로커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탈북자 관련 단체들은 “탈북자들이 국내에 제대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실용적이고 지속적인 지원 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한편, 악덕 브로커들의 횡포를 막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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