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인원들도 평양 통보 받고 인지한 듯
서둘러 상봉행사 무기 연기 발표.. 다른 이유 있을 것 추측도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북한이 무기한 연기한 배경에 방북 중이었던 남측 선발대와 북측 간 모종의 갈등이 작용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일단 표면적으로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23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북측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통해 일방적으로 행사를 연기하겠다고 밝혔을 때 정부 내부에서도 선발대 방북 일정 중 무슨 일이 생긴게 아니냐 의심했었다"고 밝혔다.

사전 선발대는 당초 이번 방북에서 북측과 남측 이산가족상봉단이 방북 기간동안 묵을 숙소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최근까지 남측 상봉단의 숙소 문제로 남북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었던 만큼 남북 간 논의과정에서 발생한 일을 북측이 꼬투리 잡았을 가능성도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소식통은 그러나 "확인 결과 선발대의 이산상봉준비작업은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었다"며 "심지어 우리 선발대 뿐 아니라, 현장에 나와있던 북측 인원들도 이산상봉행사 연기 발표 직전까지 이러한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전날 전원 철수한 선발대를 이끌던 박극 대한적십자사 과장도 남측으로 귀환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산가족 숙소 문제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북측은 평양에서 행사연기 지침을 받고 이를 (우리에게) 통보한 것 같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장 북측 인원들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산상봉행사 연기 조치가 이뤄진 것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남측 선발대가 뻔히 방북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같은 중차대한 조치를 내렸다는 점이 정황상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또 북측의 이산상봉행사 연기 조치의 전략적 배경에 남측 정부를 향한 일종의 경고 또는 충격을 주기 위한 차원의 의도가 있었다면, 이산상봉행사 나흘 전이 아닌 바로 직전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북측의 이번 조치가 큰틀에선 북핵문제 및 금강산관광과의 연계 의도 등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긴 하겠지만, 남북측 인원들이 행사 준비작업 중인 상황임을 알면서도 이같은 조치를 서둘러 내려야만 했던데는 모종의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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