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의 미국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9일 한국 방문을 시작으로 13일까지 중국·일본을 차례로 찾아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한 각국의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한국·북한 등은 5년 넘게 열리지 못하고 있는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놓고 적잖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 6일(현지 시각)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조속한 시일 내 6자회담이 다시 열리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중국 관영 CCTV가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은 회담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회담을 위한 회담을 원치 않는다"고 맞받았다. 시 주석이 직접 정상회의에서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요구할 만큼 중국은 이 문제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월 3차 핵실험까지 강행했던 북한을 어르고 달랜 끝에 어렵게 협상 쪽으로 방향을 틀어 놓았으니 일단 6자회담을 다시 열어 여러 현안을 논의해 보자는 입장이다. 6자회담이 열리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북한이 추가 핵실험 같은 도발에 다시 나설 우려가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 조치를 취해 북한 스스로 협상 의지를 입증해 보이지 않는 한 6자회담을 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먼저 영변 등의 핵 시설을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받겠다고 나서야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 주장대로 일단 6자회담부터 재개하는 것은 북한에 국제 제재를 피하고 핵개발에 필요한 시간만 벌어줄 위험이 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은 6자회담 기간 중에 이뤄졌다. 6자회담이 또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한다면 '북핵 협상의 문' 자체가 닫혀버릴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미국이 6자회담 자체에 별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시리아 사태와 미국 경제 회복 방안 등에 온통 관심이 팔려 있어서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는 것이다. 한국 내에도 이런 우려가 꽤 있다. 그러나 미·중은 6자회담을 놓고 공개 설전을 벌일 게 아니라 6자회담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부터 먼저 조율해야 한다. 미·중이 한목소리로 북한의 비핵화를 설득·압박할 수 있을 때에만 6자회담이 북핵 해결의 무대가 될 수 있다. 북핵 문제를 보는 미·중의 틈새가 커지면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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