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동투자설명회 열기로… 실행까지는 산 넘어 산]

- "외국기업 유치 장려한다" 조항
南北, 과거 해외공동시찰 전례… 실제 협의과정은 시간 걸릴듯

- 朴대통령 "北이 변하면 도와야"
정부, 北 국제기준 적응 훈련… 제2개성공단의 초석으로 생각


남북은 이번 회담에서 개성공단 국제화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 합의했다. 개성공단이 국제화되면 우리 측은 북측이 다른 해외 투자국을 의식해 일방적으로 문을 닫을 수 없을 것이라는 '안전'과 북한 개방화 촉진에 대한 기대가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공단 근로자 5만3000명의 생계와 최근 개발 중인 원산·나진 등 특구에 대한 해외 투자 등 '실리'를 얻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입장이 이번에 서로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 국제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해외 자본 유치 위해 공동 투자설명회 실시

남북은 이날 합의서 제3항에서 '기업들에 대해 국제적 수준의 기업 활동 조건을 보장하고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공단으로 발전시켜 나간다'고 합의했다.

그러면서 첫째 합의 사항으로 '외국 기업들의 유치를 적극적으로 장려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조치를 취하자 "그런 나라에 어떤 해외 기업이 투자를 하겠느냐"며 "신사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후 북측에 '상식과 국제 규범'을 받아들이고 개성공단을 국제화해서 해외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합의서 서명, 웃음 띤 남북… 14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7차 남북실무회담이 끝난 후, 우리 측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왼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합의서에 서명한 후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은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해 공동으로 해외 투자설명회도 추진키로 했다. 남북은 지난 2005년 6월과 2007년 3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의 베이징과 톈진, 상하이, 쑤저우 등의 경제특구를 공동으로 시찰한 사례가 있다. 또 2009년 12월에는 베트남의 옌퐁공단도 방문했다. 정부 관계자는 "그 당시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 유치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개성공단 국제화를 '제2개성공단 조성' 등의 초석(礎石)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개성공단이 국제화하면 북한이 국제적인 기준을 존중하는 훈련도 되고 다른 지역에 (해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면도 있다"며 "박 대통령은 '북한이 방향 전환을 하면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북한이 따라주면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하지만 "해외 기업들의 안전·통행 문제부터 투자 자산에 대한 보험 문제까지 어떤 수준으로 할 것이냐 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협의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남측 부담도 적지 않아

북한은 회담 초반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내세우며 우리 측의 국제화 제안에 부정적이었지만 중반 이후 적극적으로 나왔다. 김정은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원산 특구 등에 대한 해외 자본 유치 등을 고려한 변화라는 지적이다.



국제화 관련 내용이 반드시 남측에만 유리하지는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북은 이날 '개성공단 내에서 적용되는 노무·세무·임금·보험 등 관련 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정부는 "국제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차원"이라고 했지만, 한 전문가는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이 국제 수준에 맞게 임금을 올려주고 노조 설립도 보장하라고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했다.

남북은 개성공단 생산 제품의 제3국 수출시 특혜 관세 인정 등 개성공단을 국제 경쟁력 있는 공단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강구한다는 합의도 했다. 예컨대 한·미 FTA 등에서 개성공단 제품은 한국산 인정을 받지 못했는데, 앞으로 이를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측이 이와 관련해 노력할 사안은 특별히 없어 이 조항 역시 남측에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남북은 국제화와 관련한 세부 사항 역시 신설될 남북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협의 과정에서 남북 간 결정적 이견이 노출될 경우 국제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방태섭 수석연구원은 "외국 근로자의 신변 안전 문제, 외국 기업의 투자 자산 보호 문제가 해결돼야 외국 기업이 들어오려 할 것"이라며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안전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전에는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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