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 소노코쿠진웨어의 공장 내 냄비와 금형의 모습. 지난 18~19일 방북시 촬영한 모습으로 지난 3개월여 간의 관리 중단 및 장마 등으로 심하게 녹슬어 있는 상태다.(사진제공=소노코쿠진웨어)


"8월이 지나면 모두 끝입니다."

개성공단이 폐쇄위기에 처했다. 첫 삽을 뜬지 10년 만이다.

'평화'라는 상품을 찍던 개성공단은 이제 남북 당국 알력 다툼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개성공단을 왜 정치 논리로만 해결하려 드는지 모르겠다'는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의 토로가 현실이 된 셈이다.

25일 북한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총국 부총국장의 돌발행동만 봐도 그렇다. 박 단장은 이날 우리 측 기자실에 난입해 "회담이 결렬될 위기"라고 소리쳤다. "공업지구 운명이 파탄되면 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개성공단에) 군부대를 복원시킬수 밖에 없다"며 위협도 가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존폐가 심각한 기로에 선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이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맞받아쳤다.

결국 샌드위치 신세가 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만 '벙어리 냉가슴'이다.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희노애락'을 오갔지만 이젠 실낱같은 희망마저 버리는 모양새다.


최동준 기자 = 개성공단 정상화 논의를 위한 남북 당국간 4차 실무회담이 열리고 있는 17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개성공단 산업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7년 동안 의류업체를 운영해 온 한 입주기업 대표는 "천안함 폭침 때도 끄떡없던 개성공단인데,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성토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가동 재개를 기대하는 곳도 얼마 없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10곳 중 8곳이 남북경협보험금 지급을 신청했다. 개성공단 폐쇄 장기화로 사실상 '철수'를 선언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 3일 기준 경헙보험에 가입한 140개 기업 중 107개사가 수출입은행에 2680억원의 경협보험금 지급을 신청했다. 이밖에 84개 기업에 대해서는 515억원의 특별 대출을 집행했다.

경험보험 약관상 보험금을 받은 기업은 공단 내 자산을 수출입은행에 넘겨야 한다. 다시 공단에 입주하려면 보험금을 되갚아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고사 직전의 기업들이 보험금을 갚기란 쉽지 않다. 사실상 철수다.


제6차 개성공단 남북당국실무회담이 25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회의실에서 열렸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기웅(왼쪽)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과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는 우리 측 손실도 야기시킨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입주기업들이 공단에 쏟아부은 투자액만 총 7437억원이다. 최근 통일부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개성공단 관련 기업들의 피해액은 1조56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8월을 넘기면 개성공단 재가동은 의미 없다고 했다. "이후 공단이 정상화된다 해도 문을 닫는 기업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하루 속히 공단이 재가동 되길 바라는 입주업체들의 마음을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우선 재발 방지 합의만이라도 해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소노코쿠진웨어의 김석철 대표는 "'서면'을 통해 재발 방지를 합의한 이후 신변보호 등 나머지 사항에 대해 논의해도 늦지 않다"며 "한꺼번에 모든걸 해결하려다 보니 자꾸 시기가 늦어지는 것 같다. 공단부터 가동시켜야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비대위는 장마철 공단 설비 점검을 위해 '긴급 정비인력팀'을 구성, 통일부에 공단 방북과 일정 기간 체류 등을 요청했다. 26일에는 전체회의를 소집해 회담 결렬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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