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 남북 실무회담 중간 결산


22일 오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제5차 개성공단 남북당국 실무회담을 마친 남쪽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왼쪽)과 북쪽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회담장을 나서며 악수를 하고 있다. 2013.7.2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남과 북이 지난 22일까지 개성공단 정상화 여부를 놓고 모두 다섯차례의 실무회담을 가졌다.

최근들어 양측 간 협상에서 개성공단 국제화와 재발방지를 위한 별도의 기구설립 논의가 진행되는 등 공단 재가동을 위한 기술적 차원의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긍정적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다섯차례의 회담에도 불구하고 최대쟁점 사안 중 하나인 공단 중단의 책임 문제 등에서 여전히 양측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우리 정부의 이같은 대북 '원칙'이 결정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 재가동 전제로한 '기술적' 측면 논의 활발한 듯

양측 간 논의의 의제는 크게 △재발방지 문제 △신변안전 및 투자자산 보호 등 제도적 장치 마련 △개성공단 국제화 △재가동 문제 등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특히 재발방지를 위한 별도의 기구를 설립하는 문제가 이야기되고 있는 것은 양측이 사태 재발방지 필요성을 전제로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어서 기술적 차원의 협상이 상당 부분 무르익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측이 협의 중인 재발방지를 위한 별도의 기구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합의됐지만, 시행되진 못하고 있었던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 상의 출입체류 공동위원회 구성과 비슷한 형식일 것으로 추측된다.

공단이 또 다시 가동을 멈추지 않도록 양측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를 설립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조치를 무력화할 수 있는 실효성을 지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북한 역시 4차회담 직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개성공단의 빠른 정상화와 발전을 위한 5가지 제안을 했다면서 "공단의 안정적 운영과 기업활동을 원만히 보장하는 기구 및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대한 문제 등 실천적 제안들을 내놓았다"고 이미 밝힌 바 있어 이번 실무회담을 계기로 개성공단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기구 설립 자체에는 양측의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공단의 국제화 부분에서도 북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점도 가시적 성과로 볼 수도 있다.

우리측 대표단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 협력지구지원단장은 5차회담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북측도 공단을 국제적인 공단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데 대해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 근본적 시각차 여전해 기술적 합의 의미 퇴색

다만 현재까지 남북 간 입장차가 좁혀진 부분들은 대체로 양측 간 협상의 최대 쟁점이자 사태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차에 해당하는 사태 '책임' 문제와는 거리가 있는 있는 것들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공단 국제화 문제의 경우 결국 공단이 재가동된 이후 추진해야 할 사안들이라 공단의 조속한 재가동을 주장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선 설령 공단 국제화에 반대하더라도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할 상황에 있지 않다.

북측이 최근 회담에서 공단 국제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더라도 이는 공단의 조속한 재가동을 위한 우리측에 대한 미끼일 측면도 있다는 뜻이다.

재발방지를 위한 별도의 기구 설립 문제 역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형식에 양측이 비슷한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이지, 그안에 포함될 구체적인 내용에서 합의를 이룬 것은 아니다.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든다는 것은 사태를 발생시킨 주체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이는 사실상 사태 책임 문제로 귀결되는 것으로, 결국 방법적인 부분에서 양측이 합의를 봤다고 해도 북측의 사태에 대한 책임 인정 없이는 아무 소용이 없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최근까지 이뤄진 다섯차례의 회담에서 양측이 공단 재가동 이후 취해야 할 조치들에 대해선 일정 부분 의견 차이를 좁혔을 수 있지만,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인 시각차는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결국 북측 태도 변화가 관건

남북경협사업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북측의 책임을 반드시 묻고 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이번 회담국면에서의 원칙이 여전히 실효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이런 데 따른 것이다.

남북경협사업에 밝은 한 관계자는 "우리측은 이번 개성공단 사태가 북측의 책임이라는 점을 재발방지 보장 방안 등에서 어떻게든 명문화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사태의 책임이 북측 최고존엄을 모독한 남측에 있다고 주장해온 북한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자신들의 일방적인 책임을 인정한다면, 이는 최근 남북관계의 '사변'에 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북한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측의 이번 협상에서의 '원칙'이 결국 먹혀들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최근 다섯차례 회담을 치르면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차를 극복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북측이 전향적 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양측이 최근 회담에서 합의서 초안을 서로 교환하면서 합의안의 문구 조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은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사태 책임 문제에서 양측 모두 양보하기 어렵다면, 합의서의 문구를 기술적으로 조정하면서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협상은 결국 합의문 문구의 단어 하나, 표현 하나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타결도 될 수 있고, 결렬도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 입장이 변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만큼 북측이 어느정도 호응해주는 경우 공단이 다시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양측은 오는 25일 개성공단에서 6차 실무회담을 열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협상을 빨리 끝내거나 길게 끌고 간다는 등의 계획은 없다"며 "차분하고 일관되게 갈 것"이라고 다음 회담에 대한 우리측 태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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