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3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그 이틀 전에 우리 측에 보냈던 전통문을 공개했다. 15일 열리는 개성공단 3차 실무회담을 앞두고 우리 측에 불만을 표시하는 내용이다. 그래도 북은 이번 전통문에서 "…습니다"라는 존대어를 썼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 대통령을 향해서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상스러운 욕설을 내뱉던 사람들이다. 그런 북의 돌변은 얼마 전 청와대가 북의 막말을 비판하면서 "우리에게도 존엄이 있다"고 한 데 대한 반응일 수도 있고, 지금 북의 처지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북의 막말은 상대를 존중할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것이다. 당연히 북이 쏟아낸 막말 폭탄은 전부 제 발밑에서 터졌다. 개성공단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북이 군사 긴장을 고조시킬 방편으로 공단 문을 닫아버린 때문이다. 공단 내 기업들, 우리 정부와 국민을 조금이라도 존중하는 생각이 있었다면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측은 북에 다시는 정치적 목적으로 공단 문을 닫지 않겠다는 재발 방지 약속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북이 상대를 존중할 생각이 있다면 당연히 응해야 할 요구다. 지금 북은 그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북의 존대어가 의미 없는 변덕이나 돌출 행동인지 여부는 15일 개성공단 3차 실무회담에서 가려질 것이다.

북이 맘대로 닫아버린 공단을 북의 처지와 입장이 바뀌었다는 이유 하나로 그냥 다시 문을 연다면 그것은 정상화가 아니라 비정상화를 더 심화하는 것이다. 이제는 북이 재발 방지 약속을 해도 개성공단이 잃어버린 신용을 되찾기는 어려운 상태다. 하물며 아무런 재발 방지 약속 없이 그냥 공단만 돌린다면 어느 기업이 개성공단에 물건을 안심하고 다시 주문하겠는가. 북은 개성공단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앞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투자는 단념하는 것이 낫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북측은 전통문에서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거부한 것을 비난했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북한 군인이 우리 여성 관광객을 사살해 중단됐다. 그에 대한 사과나 재발 방지 조치 하나도 없이 관광을 재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물자를 생산하는 개성공단과 달리 관광으로 현금이 북에 들어가는 금강산 관광은 천안함 폭침 후에 내려진 5·24 대북제재와 3차 핵실험 후의 유엔 대북제재를 흐리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 재개는 신중히 판단할 수밖에 없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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