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7일 판문점에서 개성공단 실무 회담을 갖고 "남과 북은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개성공단을 발전적으로 정상화해 나간다는 데 인식을 공유한다"며 "준비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며 (공단) 가동 중단 재발 방지 등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기 위해 남북 후속 회담을 10일 개성공단에서 갖는다"는 내용이 담긴 합의문 4개 항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남북 회담에서 합의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남북이 이번에 내놓은 4개 합의 사항 중 3개가 남측 기업인 방북과 관련된 내용이다. 양측은 남측 기업인들이 10일부터 개성공단을 찾아 공장 설비 점검 및 정비 활동을 하고, 완제품 및 원·부자재 등을 가지고 나올 수 있도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도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본질적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려면 북한이 다시는 개성공단을 남북 정세 변동에 따라 자기네 마음대로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지금도 남북 간에는 투자보장계약서와 남측 인력·관계자의 신변 안전과 통행을 보장한 합의서가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남북 간에 긴장이 조성되면 곧바로 그 합의를 무시해 버렸다.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에 앞서 북한이 남북 간에 합의된 사항을 자의적(恣意的)으로 짓밟는 일이 없도록 새로운 원칙을 세워나가야 한다. 남북이 이런 원칙을 세울 수 있다면 이번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는 지난 5년간의 막히고 뒤틀렸던 남북 관계의 틀을 새로 만들어 가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남측 수석 대표는 회담 후 "북측이 아주 적극적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정부는 당장의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북한을 움직여 가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북한 역시 한국을 빼곤 개성공단에 입주할 기업은 세계 어디에도 없고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순간 대외 경제협력의 창(窓)도 닫히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이 국제적 고립을 다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북한을 설득해 남북 관계의 새 모델을 만들어나갈 호기(好機)이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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