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진입 이틀째 막아… "우리 근로자 전부 철수시키는 조치 취할 수도"]
-2009년 이맘때와 닮은꼴
키 리졸브 반발→공단 통제… 당시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번엔 4차 핵실험 할 수도
-가스공급 안돼 3곳 조업 중단
업체들 "가스·자재 끊기면 내주부터 조업중단 확산 우려… 철수 검토 기업은 아직 없어"


북한이 3일에 이어 4일에도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려는 우리 측 인원과 차량 출입을 막았다. 5일(금요일)은 북한의 공휴일(청명절)이라 개성공단은 이날부터 3일 연휴에 들어간다. 통상 주말엔 출입경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이번 출경(出境·남측→개성공단) 제한 조치는 최소 5일간 이어지는 셈이다. 다음 주에도 물자 반입이 어려울 경우 대다수 기업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09년 이맘때와 닮은 풍경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4일 "괴뢰 패당이 우리의 차단 조치가 며칠 걸리지 않을 것이니 뭐니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했다. 또 "(남측이) 못된 입질을 계속한다면 우리 근로자들을 전부 철수시키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공단) 폐쇄는 눈앞의 현실" "(공단은) 파산 전야"라고 위협했다. 이어 한국 언론에 등장한 '개성공단 인질 구출 작전'을 언급하며 "(개성에서) 서울이 불과 40㎞도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했다.

북이 '출입 제한 장기화'→'북 노동자 철수'→'공단 폐쇄'→'남측 구출 작전 시 반격' 순서로 개성공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갈 뜻임을 시사한 것이다.


돌아오는 한국 차량들 4일 오후 경기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로 개성공단으로부터 한국 직원이 탑승한 차량들이 돌아오고 있다. 이날 북한의 출경(出境·남측→개성공단) 제한 조치로, 북한 청명절 연휴가 끝나는 오는 7일까지 개성공단으로 가는 한국 기업들의 물자 운반이 막혔다.


4일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을 동해 쪽으로 이동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2009년 이맘때를 연상시킨다"는 말도 나왔다.

북은 2009년 3월 한·미 연합 키 리졸브 연습에 반발, 개성공단 출입 봉쇄 조치에 이어 4월 5일 함북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쐈다. 키 리졸브 반발→개성공단 출경 제한→미사일 발사 조짐으로 이어지는 지금 상황과 엇비슷하다. 특히 북한은 2009년 미국 여기자 납치(3월 17일), 현대아산 직원 억류(3월 30일)와 같은 인질 사태로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한·미 압박을 위해 언제라도 이런 '인질 쇼'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은 2009년 미사일 발사 한 달여 뒤인 5월 25일 2차 핵실험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위기 국면이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업들 "조업 중단 사태 심각"

이날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 옥성석(나인모드 대표) 부회장은 "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의류 회사 3곳에서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며 "123개 개성공단 기업 중 60%가 의류·봉제·섬유 회사로, 가스 공급과 자재 공급이 안 되면 다음 주 월요일(8일)부터 조업 중단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재 공급 부족도 발등의 불이다. 의류업체는 단추나 라벨 공급이 끊어지면 다른 자재가 충분히 있다 해도 공정 자체를 진행할 수 없어서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개성과 인근 지역의 북측 근로자들을 공단까지 실어나르는 통근버스 연료인 경유 재고도 3일치(6만L)밖에 남아있지 않다. 개성공단에 석유 제품을 공급하는 현대오일뱅크는 그동안 매일 경유를 약 2만L 공급해왔다. 경유 공급이 8일까지 재개되지 않으면, 북한 근로자 5만4000여명은 개성공단 출퇴근이 불가능하다.

이런 기업들의 우려에 대해 안보 부서 관계자는 "이런 걱정과 동요가 바로 북이 노리는 것"이라며 "북은 한국 내에서 '이러다 전쟁 나면 어떡하느냐' '개성공단 닫히면 정부가 책임질 거냐' 같은 목소리가 커질 때까지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북이 남남(南南) 갈등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에서 철수를 검토하는 기업은 아직 없다"며 "다들 제자리를 지키며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날 개성공단에 머물다 귀환한 우리 기업 관계자는 220명이다. 현재 공단 안에는 우리 국민 608명이 체류 중이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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