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외교·안보 장관 회의서 北의 공단 폐쇄 위협따라 근로자 800명 안전 집중 논의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외교·안보 장관 회의에서 개성공단에서 대규모 인질사태가 발생할 경우의 대응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회의 참석자들은) 개성공단 차단 사태를 북의 어떤 위협보다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국민의 안위가 걸렸다는 데 공감했다"며 "2008년과 2009년의 (공단) 통행 차단 사례와 비교하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개성공업지구의 운명이 경각에 달했다"며 공단 폐쇄를 위협했다.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우리 기업 관계자는 800명 정도다. 북이 공단을 전격 폐쇄할 경우 이들은 꼼짝없이 북의 인질이 된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북한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체제가 들어섰기 때문에 예전 사례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여러 가지 상황을 진지하게 검토했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했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보기에) 개성공단 주재원, 근로자들의 안전 위협 상황에 대해 정부가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오늘 회의는) 과거 북한의 위협 때 마련된 대응 지침과 대응책이 있는데,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뭔지 다시 짚어보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정부는 개성공단에서 인질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을 통해 외교적으로 푸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으며 국방부는 '비밀 계획'에 대해서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유사시에 대비, 한·미 연합으로 인질 구출 훈련도 실시한 바 있다.

북한은 2008년 12월 우리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공단 출입 횟수를 하루 21회에서 6회로 제한했다.

공단 체류 인원도 1700여명에서 880명으로 반 토막 냈다. 이듬해 3월에는 한·미 연합 키 리졸브 훈련에 반발해 군 통신선을 끊고 세 차례에 걸쳐 육로 통행을 전면 차단했다. 개성공단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를 "공화국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136일간 억류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선제적 공단 철수론'도 제기되지만 실행하기 쉽지 않다. 정부 소식통은 "폐쇄를 하려면 우리 국민 수백 명을 먼저 소개(疏開)해야 하는데 북이 그걸 수수방관하진 않을 것"이라며 "인민군 5개 사단이 에워싼 개성공단에서 우리 국민을 어떻게 구출하느냐가 개성공단 철수 작전의 최대 고민"이라고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 도발 시 강력하게 응징하는 것이 필수지만 그보다는 강력한 외교적·군사적 억지력으로 북한이 감히 도발할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교·안보 부서들은 현 상황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토대로 만반의 대응 체제를 갖춰달라"고 주문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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