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했다면 이번은 경고성… 추후 고강도 사이버戰 가능성"

北, 13~14일 해킹 피해 후 "비열한 행위 방관 안할 것" 위협
당시 피해, 이번 사이버 공격 명분 쌓으려는 자작극일 수도
북한의 사이버戰 능력, 美·中 이어 3.6점… 한국은 3.2점


20일 발생한 KBS·MBC 등 방송사 및 금융사 전산망 마비 사태는 어떤 세력이 일으킨 것인지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북한 소행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보안 전문가인 권석철 큐브피아 대표는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지금까지 나온 정황으로 볼 때 이번 공격은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맛보기' 수준이고 앞으로 '고강도 사이버 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은 2009년과 2011년에도 정부 기관 등 국내 주요 사이트를 대상으로 디도스 공격을 했다.

◇"북, 사이버 공격 이미 예고"

정부 당국은 개인 차원에서 이번처럼 동시다발적으로 광범위한 사이버전을 감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최근 행태에 비춰 볼 때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내나라 등 북한에 서버를 둔 웹사이트들은 지난 13~14일 이틀간 강력한 해킹 공격을 받아 접속이 되지 않았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당시 "북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가해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격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청와대 긴급 브리핑…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오후 주요 방송사와 금융사의 전산망 마비 사태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북한은 지난 15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우리는 이것(해킹)을 전면 대결전에 진입한 조선(북한)의 초강경 조치들에 질겁한 적대 세력의 너절하고 비열한 행위로 단정한다"며 "결코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날 해킹은 북한의 위협이 나온 지 5일 만에 벌어졌다. 치안정책연구소의 유동열 선임 연구관은 "지난 13~14일에 이뤄진 대북(對北) 사이버 공격은 이번 도발의 명분을 쌓으려는 북한의 자작극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는 "해킹은 도발 원점 규명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보복이 어렵다. 북은 이 점을 노렸을 수 있다"며 "이번 해킹을 통해 사이버 공격 능력도 과시하려 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이번 해킹은 또 북한이 크게 반발해온 한·미 연합 키 리졸브 훈련(11~21일) 막바지에 일어났다. 고려대 조영기 교수는 "2010년 천안함 폭침도 키 리졸브 훈련 마지막 날(3월 26일)에 일어났다"며 "우리의 경계심이 느슨해지는 시점을 골라 도발하는 게 북한의 오래된 수법"이라고 했다.

◇국가 간 사이버 전쟁 이미 시작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와 함께 사이버전 능력을 우리보다 훨씬 우세한 '비대칭 위협'으로 평가해왔다. 최근 북한이 강도 높은 대남 위협을 계속함에 따라 예상되는 추가 도발 가운데 사이버 테러 가능성도 우선순위가 높게 거론돼왔다.



북한이 사이버전에 주력하는 것은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어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위력적인 전쟁 수단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전문 회사가 세계 160여국의 사이버전 능력을 5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미국과 중국이 평균 4점으로 공동 1위에 올랐고 북한·일본·이스라엘이 평균 3.6점으로 그 뒤를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평균 3.2점으로 평가됐다. 2010년 미 정보 당국은 북한 전문 해커들의 능력이 미 CIA와 대등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손태종·김영봉 박사는 지난해 10월 논문을 통해 "이미 국가 간의 본격적인 사이버전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2008년 그루지야(현 조지아) 사태 때 러시아의 지상군 투입과 동시에 그루지야 대통령실과 의회, 정부기관, 언론사의 웹사이트가 마비됐는데 이는 러시아군의 사이버 공격 때문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서로 사이버 공격 피해를 보았다며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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