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연두교서를 통해 “북한 등의 미국에 대한 위협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31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발표, “사실상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북한은 1일 중앙방송 등으로 보도된 이 성명에서 “부시는 연두교서에서 우리를 포함, 일부 나라들에 대해 ‘악의 축을 이루고 있는 나라’ 등의 악담을 쏟아 놓았다”면서, “근래 조·미관계 역사에 미국 대통령이 직접 주권국가인 우리에 대해 이처럼 노골적인 침략위협을 가한 적은 없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이어 “미국이 주제넘게 줴치기(말하기) 좋아하는 타격의 선택권은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미국의 무모한 군사적 압살 기도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침략자들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은 또 9·11 테러와 미국의 경제불황 등을 거론하며 “이는 전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대외정책과 정치의 미숙성, 도덕적 부패성에 기인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테러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우리는 대화와 협상의 가면마저 벗어 던지고 정세를 전쟁접경으로 몰고 가는 미국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대해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 수위에 맞춘 대응일 뿐”이라면서,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닫아거는 등 미·북관계가 더 악화되는 쪽으로 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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