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변화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본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비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노동신문·민주조선에서 남한을 헐뜯지 않고, NLL(해상 북방한계선)을 넘어간 우리 어선도 돌려줬다. 이산가족 만남을 위한 적십자 회담에도 응했다.

남북정상회담 자체는 대성공이다. 지금은 실천의 단계이므로 당국자회담이 열려서 4개 분야 공동위원회가 구성되는지, 긴장완화·평화구축을 위한 후속조치가 이뤄지는지를 봐야 한다. 따라서 지금부터 8월 하순까지가 매우 중요한 단계다. 당국자회담을 기다려 봐야 한다. 그 중 군사공동위원회가 구성된다면 성공이고,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근본조치는 결국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이기 때문이다.

경제공동위에서도 대략의 윤곽이 잡힐 것이다. 북한은 큰 사업을 시작하자고 요구하고, 우리는 작은 부분부터 하자고 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 실천할지 두고 봐야 한다. 8·15 이산가족 문제나 면회소 설치 등이 잘 되지 않으면 그때 가서 비판해도 늦지 않다.

물론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확실히 전망하지 못한다. 그러나 북한을 긍정적으로 보면 북한이 긍정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포용정책, 페리 프로세스도 이 같은 ‘긍정적 유인정책’의 일환이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현재의 북한을 대해서는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지금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남측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본다. 언론이나 야당도 좀 느긋하게 기다릴 필요가 있다. 남쪽에서 정상회담에 자체에 대해서 얘기하면 얘기할수록 자중지란의 이미지를 줄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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