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09년 추석을 맞아 평양에서 개최한 제7차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 (9.23-25) 비교씨름경기에서 우승한 평안북도 소속 리조원(30) 선수/조선일보DB

북한은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어떻게 보낼까.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지 않는 북한 사회에서는 주민들이 고향을 찾아 대이동을 하는 경우가 없다. 우리처럼 여러 날을 쉬지도 않는다. 북한의 연간 법정 휴일은 모두 14일인데, 양력설과 음력설·대보름·추석을 민속명절로 지정해 하루씩 쉰다. 단오는 2005년부터 휴일에서 제외됐다.

북한에서는 추석 휴일에 차례를 지내지 않고 성묘만 한다. 고난의 행군 이후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은 성묘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석은 북한 주민들에게 친인척을 만나고, 보름달에 소원을 비는 비교적 조용한 휴일인 셈이다. 여성들은 윷놀이와 그네뛰기, 널뛰기를 하고 아이들은 연놀이, 팽이치기, 줄넘기를 하며 명절을 보낸다.

주민들이 추석날 하루 휴식을 취하게 된 것도 1988년 추석명절이 부활하면서부터다. 북한은 1967년 5월 추석 명절을 폐지했다. 추석이나 설, 단오 등 민속명절을 ‘우리식 사회주의’와 맞지 않다며 봉건잔재로 규정했다.

같은 이유로 성탄절도 북한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날이다. 2005년 탈북한 A(30)씨는 “북한에서 성탄절은 별다른 의미가 없는 날이라 여느 때와 같이 출근한다”면서 “기념행사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독교 탄압국가에서 성탄절을 기념하다가는 봉변을 당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지하교인(북한 내 기독교신자)들은 성탄절에 몰래 모여 기념예배를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런 것이 북한당국에 적발되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간다”고 말했다.

다만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은 김일성·김정일의 생일과 함께 북한의 3대 명절 중 하나로 의미 있는 날로 통한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1949년 병으로 사망한 김정숙은 1973년 아들 김정일이 후계자로 등장한 뒤부터 영웅으로 미화되기 시작했다. 북한에서는 이날 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문화행사와 보고대회 등이 대대적으로 열린다.

지난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어머님(김정숙)께서 계셨기에 수령 열사의 전통이 있고, 오늘의 선군(先軍) 조선이 있는 것”이라며 김정숙의 출생 93주기를 기념했다.

사회주의 명절로 부르는 국가 공휴일도 있다. 김정일 생일, 부녀절(3월 8일), 김일성 생일, 건군절(4월 25일), 노동절(5월 1일), 조국해방전쟁승리일(7월 27일·휴전일), 조국해방기념일(8월 15일·광복절), 정권수립일(9월 9일), 당 창건기념일(10월 10일), 헌법절(12월 27일)이 북한의 휴일이다. 김정일의 3남이자 후계자인 김정은(26)의 생일(1월 8일)은 아직 휴일로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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