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2일 북한 선박으로 추정되는 괴선박이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사격을 받아 침몰한 것과 관련, 이 사건이 가뜩이나 경색된 북일관계에 또다른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23일 '아직 침몰된 선박이 북한선적일 가능성은 명확치 않으며, 따라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만일 북한 선박으로 판명되면 양국관계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이 총련계 금융기관에 대한 일본측의 수사 등에 대한 반발로 북한이 지난 17일 일본인 행방불명자에 대한 `소식조사사업' 전면 중지방침을 밝히는 등 양국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 특히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당국자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현재의 북일관계가 더 이상 나빠질 수는 없겠지만, 양국간의 불신이 더욱 깊어져 일본의 대북식량지원이나 수교교섭 재개 등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전날 침몰된 선박에서 시체와 각종 유류품이 23일 차츰 인양되기 시작하자 일본 당국과 외교채널을 통해 이번 사건의 경위와 향후 파장 등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본 당국과 언론이 ▲괴선박의 대응사격이 정확한 점 ▲99년의 괴선박과 선체가 비슷한 점 ▲괴선박이 받았던 선체 사격의 피해치고는 침몰이 빨라 자침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으로 북한 선박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99년 3월 북한 선박으로 추정되는 선박 2척이 일본 영해를 침범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북한은 자작극이라고 비난하고 일본은 북측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마찰을 빚었던 점에 비춰 이번 선박이 북한 선박으로 드러날 경우 양국관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외교 분석가들은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내로 들어가 괴선박에 선체사격을 가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타날지 모르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을 경계하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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