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DB


북한 당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줴기밥(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그의 밥상에 올릴 진상품(進上品) 마련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에서는 김정일에게 올리는 ‘충성의 선물’로 산천어 잡이가 한창”이라며 “선물로 올리는 산천어는 길이가 24cm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산천어가 많이 잡히는 북한의 양강도 백암군 일대와 함경북도 연사군 일대 주민들이 대규모로 산천어잡이에 동원됐다. 주민들은 5명씩 조를 짜 시냇가를 샅샅이 뒤져 산천어를 찾지만,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 ‘고난의 행군’ 이후 굶주린 주민들이 물고기를 대거 잡아들이는 바람에 씨가 말랐다는 것이다.

최소 24cm 이상의 굵직한 산천어가 어렵게 잡히면 얼음으로 채운 아이스박스에 담겨 산 채로 보존된다. 잡아놓은 산천어를 지키기 위해 시냇가에 놓여 있는 아이스박스 주변에는 무장보초가 선다. 아이스박스는 김정일이 있는 평양으로 보내진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산천어잡이에 동원된 주민들의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다”면서 “‘장군님(김정일)은 줴기밥에다, 산천어 탕만 드신다’는 우스갯소리가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일이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운다는 북한 당국의 선전을 비꼰 것이다.

산천어뿐만 아니다. 양강도 소식통도 “김정일의 건강을 챙기는 ‘만수무강 연구소’ 등에서 사향노루를 잡기 위해 몇 달 동안 고생했지만 찾지 못했다”면서 “양강도 후창군·풍서군에서는 ‘충성의 선물’로 올릴 산삼 캐기에 연일 주민들이 동원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을 위해 평안북도 선천군 주민들은 잉어잡이에 나선 적도 있다. 대북전문매체 열린북한방송은 지난해 평안북도 한 소식통의 말을 빌려 “지난달부터 평안북도 선천군 잉어가 김정일을 위한 ‘8호 제품’으로 선정되어 당국의 지시에 따라 주민들이 잉어잡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8호 제품’은 김정일과 중앙당 고위급 간부들을 위해 생산되는 제품을 가리키는 것이다. 뇌졸중·고혈압에 좋다는 잉어 외에도 인삼, 밤, 꿀, 송이버섯 등이 있다고 알려졌다.

소식통은 “‘8호 제품’으로 선정된 잉어는 최소 60㎝ 이상이어야 하며 산 채로 사용되기 위해 헬기로 평양까지 공수(空輸)한다”면서 “잉어잡이에 동원된 선천군 주민들은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잉어가 서식하는 논밭 주변에 텐트까지 펼쳐놓고 밤낮으로 진상품을 찾아 헤매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당국은 2012년 강성대국의 해를 맞아 ‘근검절약’을 강조하고 있다. 소식통은 “당국은 결혼과 환갑, 명절을 비롯해 과시용으로 식량을 낭비하는 현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면서 “인민반회의 등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줴기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현지지도의 길을 이어가고 있는데,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선전한다”고 말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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