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작선으로 보이는 괴선박 1척이 22일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침범한 뒤 도주하다가 30시간 만에 일본 경비정의 공격을 받고 동중국해에서 침몰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23일, “22일 가고시마(鹿兒島)현 아마미 오시마(奄美大島) 북서쪽 동중국해 해상에서 침몰한 괴선박에 타고 있다가 행방불명된 승무원 15명 가운데 3명의 시체를 발견, 이 가운데 2구를 인양했다”며 “인양된 승무원의 구명조끼에 한글이 적혀 있었다”고 밝혀, 이 선박이 북한 것임을 시사했다. 해상보안청은 한글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 북한 정보수집선으로 추정되는 괴선박이 22일 일본 남부 가고시마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침입, 항해하고 있다. /가고시마 해상=AP연합

이 괴선박은 21일 오후 4시30분쯤 아마미 오시마 서북서쪽 150㎞ 떨어진 해역에서 해상자위대 P3C정찰기에 의해 처음 발견된 후 중국과 일본의 EEZ 경계선을 넘어 도주하다가 22일 밤 10시13분 아마미 오시마 북서쪽으로 390㎞ 떨어진 중국측 EEZ 내에서 침몰했다고 일본 정부는 밝혔다.

일본 경비정은 22일 오후 1시12분 괴선박에 접근해 정지명령을 내렸으나, 이를 무시하고 도주하자 오후 2시36분 상공을 향해 25발의 경고사격을 했다. 4시쯤부터는 해면(海面)사격이 시작됐고, 4시16분 20㎜ 기관포가 괴선박에 명중됐다. 이로 인해 선체에 불이 났고, 이를 진화한 괴선박은 이후 4차례 정선과 도주를 반복하다 22일 오후 10시9분쯤 순시선을 향해 발포를 시작했다. 이로 인해 2명의 일본 대원이 부상했다.

일본측 정찰기 판독 결과 등에 따르면 이 선박에는 총 15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들은 교전·침몰 과정에서 구명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일본 정부는 밝혔다.

일본 정부는 사진 판독결과, 어선의 외관을 했지만 어구(漁具)가 없으며 위성 안테나와 같은 정찰 장비를 갖추고 있는 점, 일본 순시선을 공격한 총의 유형 등으로 볼 때 북한의 공작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일본이 괴선박을 추격해 선체(船體)에 사격을 가한 것은 해상자위대 창설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중국측 EEZ까지 따라가 사격을 가한 것에 대해 해상보안청측은 “괴선박의 공격에 응전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기묘한 행동이다. 근해에 이런 무장 괴선박이 얼씬거리는 것은 유감”이라며 “확실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東京=權大烈특파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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