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본지가 중국 내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한 김정은에 대한 군내 우상화작업 선전 교육자료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해 일어난 북한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선전담당자를 위한 '강습제강(강연 자료)'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문건은 올해 초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당 산하 무역회사와 거래가 잦다는 이 소식통은 "북한 선전일꾼들이 올해 초부터 이 자료를 토대로 전군에서 김정은에 대한 절대 충성을 요구하는 교육을 하고 있으며, 교육 뒤에는 시험까지 보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상화 내용 시험도 봐

이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해 3월26일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하기 2달 전인 지난해 1월 말쯤 북한군 지휘부에 "2~3월의 (남북) 정세가 매우 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천안함 폭침 사건을 사전에 예상했다는 것은 사실상 북측이 이 사건을 기획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1월23일 연평도 포격 도발에도 김정은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돼 있다. 이 자료는 지난해 1월 "남측에서 있지도 않은 '북방한계선(NLL)' 고수를 떠들 때 김 대장(김정은)이 적들의 혼쭐을 뺄 바에는 단단히 빼놓아야 한다고 했다. 방사포와 해안포를 동원해 백령도와 연평도 주변 수역에 여러 차례에 걸쳐 집중적인 화력 타격을 가하도록 지휘했다"고 쓰여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1월 말 백령도 동부 NLL 부근 해역에 대해 일제타격식 포 사격을 실시한 바 있다. 그로부터 10개월 뒤 같은 방식으로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했다.

◆김정은 군 관련 업적 쌓기

2009년 11월 발생한 대청해전에서 우리 해군의 포격으로 반파된 채 퇴각한 북측 경비함에서 부상자가 발생했음을 시인하는 대목도 있다. 김정은이 이 사건 직후 "부상당한 군인들을 무조건 살려야 한다. 건강을 회복시켜 복수전에 나서게 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명령"이라고 말하면서 후송·치료 대책을 세워줬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평소 "백두산을 베고 누워 있는 수령님(김일성)의 발밑에 하루빨리 남해를 깔아 드려야 하며, 이를 위해 내가 직접 탱크를 몰고 서울로 진격하겠다"고 말해 왔다는 내용도 있다. 또 무력 통일을 위한 군사작전계획으로 보이는 '조국통일대전작전방안'도 김정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

베이징의 한 대북전문가는 "2009~2010년 2년은 후계자 김정은의 군 관련 업적 쌓기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기"라면서 "천안함·연평도 두 사건을 김정은이 기획·주도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이 문건엔 김정은 우상화 관련 교육 내용도 나온다. "김 대장(김정은)은 3세 때부터 총을 쐈고, 9세 때는 나타나는 목표물을 모두 명중했다." "3세 때부터 자동차를 운전했고 8세도 되기 전에 대형화물자동차가 많이 달리는 굽고 경사진 토사도로(비포장도로) 300여리(약 120㎞)를 승용차를 몰고 질주해 목적지까지 무사히 갔다."

황당한 내용은 더 있다. "못하는 운동이 없고, 농구는 이름있는 전문선수(프로선수)보다 더 잘한다"거나 "6세 때부터 말을 타서 기수보다 더 말을 잘 탄다"고 했다. 외국의 한 유명한 예언가가 여섯살 난 김정은을 보고 "지금까지 이런 인물은 처음 본다. 큰 장군의 기상이 나래친다. 앞으로 한 개 나라나 세계를 통수할 인물이다"라고 말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 "16세 때 조국해방전쟁(6·25)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수령님(김일성)의 탁월한 령군술과 불멸의 업적에 대한 논문을 집필했다"고 써 후계자로서 정통성을 주장하기도 했다./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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