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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정운영 방식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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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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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 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불황경제와의 전쟁에서 패배하여 권력을 상실하였고, 동서간 냉전을 종식시킨 영웅인 고르바초프는 국내 경제개혁에서 실패하여 초라한 모습으로 권좌에서 내려와야 했다. 외정에서의 성공이 내정에서의 지지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내정의 실패가 외정에서의 성공마저 갉아먹을 가능성이 크다.

김대중 대통령은 평양으로 날아가 2박3일 만에 55년 동안 지속된 한반도 냉전체제를 해체하기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합의하는 역사적 위업을 달성하였다. 그러나 그가 돌아온 조국 한국에서는 의사, 은행원, 교원, 호텔 종업원, 국영공단의 준공무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집단행동을 벌이면서 대통령 나오라고 외치고 있다. 내정의 혼란이 김 대통령의 개혁추진을 흔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북 합의사항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개혁추진과정에서 집단행동의 분출을 관리·통제하지 못하는 내적 취약성을 드러낼 때 북한은 김 대통령의 남북 합의사항의 이행능력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개혁과 남북대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개혁이 실패하면 남북대화도 실패하기 쉽다. 남북대화와 함께 남남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국내 개혁추진에서도 화해·화합·상생의 탈냉전의 정신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제부터 개혁은 ‘사람 자르는 개혁’이 아니라 내용물과 운영방식을 바꾸어 ‘사람 살리는 개혁’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기 위해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첫째, 일을 챙기는 대통령에서 사람을 챙기는 대통령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이 정책의 세부사항까지 챙기면 고위 관료들은 문제해결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모든 것을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문제회피 전략으로 나오게 되고, 이해당사자 집단은 해당 부처의 장을 우회하여 대통령과 직거래를 통해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 한다.

그 결과 대통령에게 과부하가 걸리게 되고 개혁의 병목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제부터 대통령은 비전과 정책목표만을 결정하고, 장·차관으로 하여금 기획하고 집행하게 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어 대통령으로부터 전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면서 신명나게 자신의 역량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한 뒤, 결과를 가지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둘째, 지식인집단 내의 지지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가장 똑똑하다는 현 정권만큼 지식인사회 내에 지지기반이 취약한 정권은 드물다. 신지식인 사회, 지식정보 강국을 건설한다는 지식 정부가, 역설적으로 교육정책 등을 통해 지식인집단을 소외시키지나 않았는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소수파 정권으로 출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식인집단 내에 지지세력의 외연을 넓히려 하기보다는 ‘잘 알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연고적이고 배타적인 충원을 한 결과 대다수의 지식인들로 하여금 정부에 등을 돌리게 하였다.

지금부터라도 국책연구기관이나 정책자문위원회 등을 정부·지식인 네트워크의 중추로 활용하여, 학자·언론인 등 여론 주도층의 의견을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해 줌으로써 지식인집단 내에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를 늘려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책 조율과 조정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관계기관 대책회의라는 것이 있어서 부처간의 정책을 조정하고 입을 맞추었다. 국민의 정부는 이러한 대책회의를 권위주의의 유산이라 하여 폐지해 버렸다.

그러나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민주정부하에서 부처간 정책 조정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상설 정책조정기구는 물론 현안에 따라 임시로 설치되는 정책조정기구를 통해 부처간 정책을 조정·조율하여 정책 혼선이 발생하지 않게 하고, 대외 발표를 통일하여 말바꾸기 등으로 국민 신뢰를 상실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임 혁 백 고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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