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가 개혁의 길로 나아갈 것은 분명하지만 중국과 북한의 상황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과 동일한 내용의 개혁.개방을 취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중국정부 산하기관인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CITIC) 피셩하오 국제연구소장이 17일 말했다.

피셩하오 소장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동아시아 공동체:조건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2001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례 국제학술회의'에서 `지역경제협력을 위한 평화적 환경의 조성'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국제사회로 편입하려는 북한을 더욱 신뢰하고 도와주어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개혁할 것인가, 언제 개혁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들은 주권국가로서 북한이 결정해야 할 문제이지 다른 국가에 의해 강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피셩하오 소장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위에서 성립되었고, 그래서 큰 마찰없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지만 북한은 앞으로의 상황전개에 대한 탐색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방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중국과 옛 소련, 동유럽의 변화들은 모두 국제환경개선과 더불어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이라는 조건하에서 이뤄졌다면서 북한의 개혁.개방 촉진은 중국의 일방적인 책임이 아닌 '한반도 상황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국가들과 남한의 공동노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피셩하오 소장은 국제사회, 특히 서구국가들은 '중국이 무슨 말을 하든지 북한은 중국의 요구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는 잘못된 관점을 오랫동안 가져왔다'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참석하지 못했으나 배포된 `남북한과 동아시아공동체'라는 주제발표문을 통해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과 남북 양국의 지도자가 지난해 이뤄놓은 모든 성과들은 부시 정부와 북한과의 대결구도로 없어질 위기에 놓였으며 '이러한 대결구도가 진행되는 만큼 동아시아 전반의 평화와 협력을 위한 기회는 심각한 퇴보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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