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지난 15일 오후 국방부 신청사 2층 장관실에선 김관진 장관 주재로 임관빈 정책실장 등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다.

전직 해·공군 참모총장들이 17~19일 열릴 국방개혁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예비역 장성들의 전체 모임인 성우회에서도 군 지휘구조 개편에 비판적인 책자를 회원들에게 발송하면서 국방부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참석자들은 논의 끝에 “당분간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국방부 및 합참 현역 장성들이 예비역 장성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지휘구조 개편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이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설명회를 하루 앞둔 16일 오후엔 800여명의 예비역 장성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국방부의 설명회에 가급적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전임 김태영 장관이 전격 경질되면서 군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군의 당면 과제가 북한의 도발 억제이고, 이를 위해 강군(强軍)을 건설하겠다고 다짐해 왔다.

그와 함께 김 장관에게 주어진 과제가 국방개혁이다.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사업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김 장관의 전임자들이 군 안팎의 압력에 눌려 국방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김 장관은 취임 넉 달여만인 지난 3월 국방개혁의 골격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 재가를 받았다.

김 장관은 요즘 국회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을 ‘맨투맨’으로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의 경우 사석에선 김 장관에게 지원을 약속했다가 언론 인터뷰 등에선 다른 얘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선배 출신인 한 의원은 최근 김 장관이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군 경력의 대부분을 야전 군인으로 지내온 김 장관으로선 난감하기 짝이 없는 상황의 연속인 셈이다.

그러나 김 장관은 누구보다 국방개혁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단지 대통령의 ‘지시’이기 때문이 아니라 김 장관 본인이 20여년 전인 1988년 노태우 정부 시절 일명 ‘8·18계획’으로 불린 군 지휘구조 개편작업 때 합참 법제과장(대령)으로 깊숙이 관여하면서 군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당시 정치권과 해·공군 등의 반발로 군정권(인사권)과 군령권(작전지휘권)이 나뉘게 된 것을 보면서 문제가 있다고 느꼈고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보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들은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등 상부 지휘구조에는 중령급 이상 장성 등 고급간부들이 지나치게 많지만, 정작 유사시 북한 주(主)침공로에 있는 핵심 군단인 육군 5군단은 장성이 군단장(중장)과 참모장(준장진급 예정자) 밖에 없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을 하면 군단장이 2주 동안 잠을 못 잔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현재 비무장지대(DMZ) 철책선을 지키는 최전방 부대 연대에 부연대장이 있는 부대가 없고, 일선 대대에 가며 전부 중위가 참모이고 대위 또는 소령은 작전장교 한 사람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이 행정조직처럼 되면서 사령부가 있는 계룡대에 고급 간부들이 몰려 있고 전방에는 장교가 없어서 난리라는 이야기다.

국방부는 현재 추진 중인 상부 지휘구조 개편이 이뤄지면 장성 및 장교 1000~1500명이 줄어들어 일선 부대의 부족한 참모(장교)들을 채울 수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다음 달 말까지 구체적인 장성 감축 계획 및 일정의 윤곽이 잡힐 것”이라며 “2020년까지 감축되는 장성 수가 60여명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다음 달 1일쯤 예비역 장성과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대토론회도 연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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