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반테러전쟁에 적극 지지ㆍ동참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을 간접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내각기관지 민주조선 최근호(12.8)는 `현 국제정세와 우리 당의 선군정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9.11사태 이후 국제무대에서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지난날 미국에 대처한 하나의 극으로 자처하면서 미국의 독단과 전횡에 맞서 나서던 대국들이 오늘은 반테러연합에 망라돼 미국의 지휘봉에 따라 좌왕우왕하고 있고 심지어 자기들의 자주권과 존엄마저 훼손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미국의 일국중심주의에 대처해 `대국'을 비롯한 일련의 나라들이 서로 새로운 극을 형성해 나가고 여기에 세계의 많은 나라가 합세해 나가던 다극화의 기류가 미국이 제창한 반테러연합 흐름에 휘말려 무색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들이 이러한 형편이니 작은 나라들의 실정은 더 말할 수 없다며 변화되는 새로운 국제정세의 흐름속에서 선군정치만이 북한의 자주권과 존엄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조선이 지적한 대국이란 러시아와 중국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해 이미 전폭적인 지지를 표시했으며 구호 임무를 위한 미군기의 러시아 영공 통과를 허용하고 옛 소련의 일원인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에 공군기지를 제공하도록 묵인하는 등 행동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도 지난 9월 14일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중국은 테러리즘 척결을 위해 미국과 공조해 나갈 것'이라면서 지지의사를 표명했고 현재까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군사작전에 침묵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신지호 박사는 '민주조선이 지적한 대국이란 무엇보다 러시아를 염두에 둔 것이고 중국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는 미국에 적극 협력하는 러시아의 행태가 상당히 불만스러울 것이고 비록 협력을 하지 않지만 침묵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도 못마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박사는 또 지난해부터 북한과 러시아, 북한과 중국의 지도자들 사이에 상호 방문이 이어지고 종전의 친선협력관계가 복원되는 등 북ㆍ러와 북ㆍ중 관계가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북한으로서는 대놓고 러시아와 중국 등을 비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