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극심한 전력난 속에서도 석탄 등 에너지 자원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북한은 석탄뿐만 아니라 휘발유, 경유 등 군사훈련용 등으로 당장 필요한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까지 적극적으로 내다팔고 있어 더욱 시선을 끈다.

북한이 현재 겪는 전력난을 감안하면 이런 행보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실제로 북한의 전력난은 좀체 나아질 기미 없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북부 국경지역은 물론 비교적 전기공급이 잘 이뤄졌던 평양에서도 일반가구에는 하루 1∼2시간만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열차 운행을 위해 공장과 기업소의 기계설비 가동마저 중단시켰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처럼 전력난이 심각하지만 정작 전력 생산이나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석탄은 수출물량을 눈에 띄게 늘리고 있다. 북한에서 석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때 수출금지 품목에 포함시켰던 에너지 자원이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최근 발표한 '2010년 남북교역·북중교역 동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석탄 등 고형연료 대중(對中) 수출액은 3억9천40만달러로 지난 2009년보다 87%가량 급증했다. 2009년 수출액은 전년보다 2.2% 늘어나는 데 그쳤었다.

이 보고서는 "2010년 북한의 대중 수출 품목 중 석탄 등 고형연료의 비중은 전체의 61%"라며 "최근 3년간 북한 대중 수출의 절반 이상은 광물성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도 석탄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중국 해관통계를 보면 지난 1월 한달 동안 중국에 49만3천t의 석탄을 수출해 4천55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수출 물량은 작년 1월의 18배, 수출액은 32배에 달한다.

북한은 또 수송용이나 군사훈련 등의 목적으로 전량 수입하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등의 제품을 수출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은 최근 유럽연합(EU)의 통계자료를 인용, 북한이 작년 상반기 네덜란드에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을 7천450만 달러어치나 수출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북한이 석탄 등 에너지 자원 수출을 늘리고 있는 것은 금강산관광을 비롯한 송이·해산물의 수출 등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 국제사회의 제재로 여의치 않아 외화벌이가 부진한 탓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9년 전력 부족으로 기간산업까지 차질을 빚자 무연탄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로 외화벌이가 어려워지자 작년 8월 금지령을 해지하고 수출 재개를 허용한 것은 북한의 절박한 외화사정을 짐작케 해준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내세웠던 북한 당국으로선 식량난을 겪는 주민들을 다독이고 내년의 국가적 대사를 무난히 치르려면 외화가 그 어느때보다 아쉬운 시점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한마디로 `돈 되는 것이라면 다 팔자'로 나선 셈이다.

조봉현 기업은행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 내부의 전력문제도 심각하지만 식량 구입을 위한 외화를 버는 것이 더 급하다"며 "북한 무역일꾼들이 중국, 몽골 등지에서 수출 판로를 뚫으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북중 국경지역에서 석탄을 실은 트럭이 많이 늘어난 것이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개발, 중동 사태 등의 여파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석탄과 석유 등 국제 에너지 자원의 가격이 오르는 점도 북한에 에너지류 수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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