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밖 일본 原電 사고엔 밤잠 설치고 전전긍긍하면서
몇십㎞ 북쪽 핵무기엔 강건너 불구경하듯 무신경…
'내 손톱밑의 가시'처럼 北核 위험성 대비해야

일본 대지진에 이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 사고는 방사능이 얼마나 심각하고 무서운 것인가를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이 무기로 사용됐을 때 원전 방사능 누출의 몇백, 몇천배에 달하는 대량살상 기능을 가진 핵무기를 바로 휴전선 너머 우리 머리에 이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잊고 있다.

우리는 지난 며칠 하루종일 계속된 일본의 방사능 누출에 대한 중계방송을 보고 들으면서 전율해왔다. 그러면서도 막상 북한에 있는 핵무기의 위력이나 방사능 위험에는 그것이 마치 우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듯 무심하고 둔감하게 대해왔다.

이런 당착(撞着)이 없고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물론 원전의 사고와 핵무기의 폭발이 반드시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고에 의해서든 무기로 사용되든 방사능으로 사람과 생물을 오염시키고 죽이는 치명적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누구의 손에 있으며 어떤 관리 체계하에 있느냐다. 그 여하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이번 일본의 경우에서 새롭게 배우고 있다. 일본의 원전은 세계가 알아주는 '안전성'을 자랑해왔고 또 실제로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가이드라인에 충실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에 비해 북한에 있는 것은 그것이 원자력발전이든 핵무기든 IAEA의 가시권 밖에서 '자기들끼리'의 수준으로 운용되고 있다. 심지어 감시기구 쪽 사람들을 추방했을 정도로 베일에 가려 있다. 그래서 우리와 세계는 북한의 핵 관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북한의 핵이 어떤 정치적·군사적 동기에 의해 운용되는지는 우리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다. 굳이 가정해 본다면 북한의 핵무기 버튼이 김정일의 '손가락'에 달려 있는 동안은 그런 대로 여유를 찾을 수 있다.

노회한 김정일은 북핵의 무분별한 '장난'이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오랜 집권 경험으로 터득하고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핵이 그 어떤 정치적·권력적 변동으로 북한 군부 또는 미숙한 김정일 후계체제의 손으로 넘어간다면 북핵의 안전성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불행히도 지금 북핵의 운명은 점차 후자 쪽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북한 대량살상무기의 또 다른 위험은 생화학무기다. 북한은 상당한 양의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것은 북핵과 더불어 대량살상무기의 쌍두(雙頭)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정보 당국의 분석이다. 이것은 핵무기와 달리 국지적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어쩌면 조정이 불가능한 방사성 물질의 전파보다 편리(?)하고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 원전의 방사능 누출 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북핵의 가공할 위력과 위험성을 깨닫고 우리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방사능의 공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따라서 북핵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강 건너 불'이 아니고 '내 손톱 밑의 가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그대로 방치하고서는 우리나라를 지킬 수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정책이 유도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때 우리나라가 가져야 할 옵션은 무엇인가를 우리는 국민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대비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북핵의 포기이고 그것이 여의치 못할 때 북핵의 기능을 상쇄하고 존재감을 무력화시키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다.

언제까지 기다릴 것인가. 북한의 정신착오 집단이 핵 등 대량살상무기를 군사적으로 사용할 때까지, 아니면 관리소홀이든 기술부족이든 정치적 사보타주든 핵사고로 북한 땅은 물론 남쪽 땅까지 방사능의 공포에 떨게 되는 그날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미국·중국 등의 언질만 믿고 마냥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대한민국은 북핵을 견제하고 방어하기 위해 핵개발로 맞받아쳐야 한다. 이것은 북한이 가졌으니 우리도 가져야 한다는 단순논리가 아니다.

몇백㎞ 떨어진 일본의 방사능 사고에는 밤잠을 설치면서까지 관심을 보이고 그 여파로 우리 원자력발전소의 문제는 없는지, 우리는 얼마나 안전한지 노심초사하면서 바로 몇십㎞ 저 너머 북한 땅에 존재하는 핵무기가 폭발했을 때 가상되는 천인공노할 인명 살상에는 무신경한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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