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침 나흘 후 버블제트 가능성 처음 제기한 정정훈 박사
천안함 폭침(爆沈) 발생 4일 후인 작년 3월 30일 본지 A4면에는 '버블 제트(bubble jet)'라는 낯선 개념이 등장한다. 국내 수중 폭발 분야의 권위자로 소개된 '국책 연구소 소속 A연구원'은 천안함 침몰의 원인으로 버블제트를 제시했다.

버블제트 효과는 어뢰 등이 함정에 닿지 않은 채 수중에서 폭발할 때 ①강력한 충격파 ②거대한 가스 버블(거품) ③물대포가 차례로 발생해 함정을 두 동강 내 침몰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그의 주장은 그로부터 50일 뒤인 5월 20일 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최종 확인됐다.

당시 A연구원으로 소개된 한국기계연구원(KIMM)의 정정훈 시스템엔지니어링연구본부 본부장은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합조단 조사를 통해 천안함 폭침 이유는 99%가 규명됐다고 본다"며 "천안함 조사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주워들은 것은 많은데 잘 이해하지 못하는 초등학생"이라고 했다.

또 "그분들은 처음부터 '북한은 아니다', '어뢰는 아니다'는 고정관념으로 1%의 가능성에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서울대 조선공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를 마친 뒤 KIMM에서 1993년부터 18년간 수중 폭발을 연구해 왔다. 천안함 관련 민·군 합동조사단에서도 활동했다.


"조선공학적으로 볼 때 선박이라는 거대한 구조물을 순식간에 두 동강 낼 수 있는 것은 (어뢰 등에 의한) 비접촉 수중 폭발밖에 없다. 좌초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다."

―함정이 두 동강 나는 것은 이례적인데.

"각국 해군이 퇴역하는 함정을 대상으로 어뢰 성능 실험을 실시하곤 한다. 예외 없이 어뢰가 비접촉 수중 폭발을 했을 때만 버블제트 효과로 두 동강 났다. 기뢰에 닿거나 어뢰에 직접 얻어맞는 것으로는 두 동강 나지 않는다."

―아직도 천안함 폭침을 못 믿는 사람들이 있다.

"작년에 꾸려진 민·군합조단 멤버는 각자 자기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다. 수중 폭발은 기계연구원, 폭약 분야는 국방과학연구원, 선박 손상 분야에선 울산대 조상래 교수가 국내 최고다. 이분들이 모두 합조단에 참여했는데, 조사단 결론을 못 믿는다면 할 말이 없다."

―미국 버지니아대 이승헌 교수 같은 물리학자도 그런 주장을 폈다.

"그분들의 공통점은 깊이는 있지만 폭은 매우 좁은 지식으로 모든 걸 설명하려 한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자들이 자기 전공분야만의 지식을 갖고 일반화시키는 오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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