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7일 대남 협박을 하면서 ‘조준 사격’(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단장)과 ‘서울 불바다’(북한군 판문점대표부)란 표현을 썼다. 통일부 관계자는 “서울 불바다가 과거 북한의 대표적 협박 용어라면 조준 사격은 천안함 폭침 이후 새로 등장한 대표 상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준사격, 2010년 5월부터 본격화

작년 5월 24일 우리 정부가 천안함 폭침에 맞서 대북 심리전 재개 방침 등을 발표하자 북한군은 전선중부지구사령관 명의의 공개 경고장에서 “확성기 등을 조준 사격하겠다”고 밝혔다. 그해 6월 12일에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중대 포고’를 통해 “반공화국 심리전 수단을 청산하기 위한 전면적 군사적 타격 행동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0월 남북장성급회담 북한군 단장은 대남 통지문에서 “남측이 반공화국 삐라(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우리(북) 군대의 물리적 타격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준 사격이란 용어는 작년 5월 처음 등장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확성기·대북전단 살포지 등 심리전 수단을 정밀 타격하겠다는 의미로 ‘조준 사격’이란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이 확성기나 삐라 등을 실제 조준 사격한 적은 아직 없다. 작년 11월 연평도 포격도 엄밀히 따지면 심리전 수단에 대한 타격의 의미는 아니다는 분석이다.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 인근 11곳에 확성기를 설치했으나 실제 방송은 아직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군 소식통은 “정말 삐라를 날리는 장소에 사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불바다, 1994년 3월 첫 등장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실무접촉 당시 북측 박영수 대표는 “서울이 여기서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되고 만다”고 말했다. 그 직후 남한에선 라면 등 생필품 사재기 소동이 벌어졌다. 우리 국방백서에 ‘주적(主敵)’이란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도 ‘불바다’ 발언 직후인 1995년부터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북한이 서울 불바다란 말을 썼던 기억은 별로 없다”며 “2007년 대선 국면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불바다’ 등의 말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은 작년 6월 총참모부 명의의 포고에서 ‘군사적 타격’을 거론하는 동시에 ‘서울 불바다’ 카드를 다시 꺼냈다. 현재 북한은 군사분계선 주변에 최대사거리 50~60㎞의 장사정포 1000여문을 배치해놓았고 이 중 350여문은 서울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서울에 북한의 포가 떨어지는 순간 전면전으로 비화될 것이란 사실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며 “심리전 수단을 조준 사격할 가능성은 있지만 서울을 정말 불바다로 만들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북한군 판문점대표부는 이날 ‘서울 불바다’ 협박을 하면서 ‘위임에 따라’라는 표현을 썼는데 “북한은 최고통치기구인 국방위원회나 김정일 위원장의 뜻이 담겼다는 의미로 빈발이 아님을 강조할 때 이 용어를 자주 쓴다”(조영기 고려대 교수)고 했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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