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1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상태와 관련, “급격히 나아지거나 악화되지 않는 ‘그럭저럭 한 상태’로 판단된다”면서 “왼쪽 팔 쓰는 것이 1년 전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이날 외교부에서 개최된 재외공관장회의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비공개로 브리핑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김정남 신변위협 안 느낄 것”

현 장관은 김정일의 큰아들 김정남과 관련, “그가 중국을 떠돌면서 일본 아사히방송에 여러 가지 얘기한 게 나왔지만,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복동생 김정은에게 ‘나는 권력에 야망이 없으니 잘 해보라’고 자기 보호 차원에서 한 얘기”라는 것이다. 또 김정남이 자신의 부인을 북에 보내 김정일과 소통하고 있기에 신변의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북 군부, 고도의 외교행위

현 장관은 북한 군부(軍部)가 외무성을 제치고 “고도의 외교 행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장관은 “2009년 8월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데려온 것도 북한 군부가 뒤에서 했다”고 했다. 북한 군부가 “이제 외무성을 믿을 수 없다, 우리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클린턴 전 대통령을 초청했다는 것이다.

현 장관은 최근 북한이 미국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에게 ‘조미(朝美) 고위급 군사회담을 하자’는 통지문을 보낼 때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명의를 사용한 사실을 언급했다.

◆유일하게 잘 되는 건 개성공단

현 장관은 “북한에서 유일하게 경제적으로 잘 되는 것이 있다면 개성공단”이라며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일어난 후 북한이 갑자기 (개성공단에) 근로자를 하루 몇백 명씩 더 보내주기 시작했고, ‘제발 문 닫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슬슬 비공식적으로 보내왔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또 개성공단의 일부 기업들은 북한 근로자에게 선물로 돼지고기 생고기 1㎏을 줬지만 북한 당국은 설 명절과 김정일 생일에도 고기 배급을 못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 근로자들 사이에 ‘김정일보다 기업이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 기반 경제란 것이 거의 없다. 경공업도 제대로 안 되고 할 수 있는 것은 지하자원 파먹는 것뿐이다”라고 했다. 북한이 최근 ‘CNC’(컴퓨터수치제어) 도입을 김정은 치적으로 삼아 대내외적으로 선전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지금 북한이 목표로 삼는 기계 정확도는 우리 공작 기계보다 10배쯤 부정확하다고 한다. 우리는 세계 최 일류인데 북한은 이제 거기 눈을 떴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geumbor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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