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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통일부장관의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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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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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규(박재규) 통일부 장관은 4일 “남북 정상은 이산가족들이 생사확인을 거쳐 상봉·왕래한 후 분위기가 성숙되면 원하는 지역에 정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중국 관리들에게 들은 얘기”라며 북한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때의 언행도 일부 공개했다. 국회의원들의 연구단체인 ‘21세기 동북아 평화포럼’이 주최한 조찬 토론회에서다. 박 장관은 지난 6월 29일 민주당 새천년포럼 멤버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비전향 장기수 전원 북송’이라는 정부의 변경된 방침과 함께 이산가족 재결합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6월 21일 통일부 기자실을 찾아와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쉬리 같은 영화를 만들지 말라고 말했고, 만찬에서 술을 많이 마시더라는 것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 전날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법적으로 국군포로는 없다”는 신문 인터뷰 내용에 대해 의원들의 추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박 장관의 말은 ‘이산가족 재결합 가능성’으로 엄청난 기대를 낳게도 하고, ‘국군포로’ 문제로 새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중국 관리’ 운운은 정부의 정보사항을 그처럼 발설해도 되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김정일 위원장과 술을 많이 마셨다는 얘기는 남북한 관계의 본질과는 아주 거리가 먼, 개인의 무용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는 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정상회담에 배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제한적으로 보고들은 것들을 여기 저기서 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없지 않다.

정상회담 배석자들이 임동원(임동원) 국가정보원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외부에 나서기 어려운’ 공직자라서 박 장관이 ‘대표’로 정상회담을 홍보할 작정이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나서려는 그의 성격 때문일까. 통일부 관계자들조차 이제 “장관이 무슨 말을 할지 겁이 난다”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병묵 정치부 차장대우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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