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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말기처럼 온 나라가 마약에 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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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입국하는 탈북자들은 하나같이 “북한이 ‘사탕’ 때문에 망할 것”이라고 한다. 사탕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하얀 고체 형태의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다. ‘얼음’이라고도 하고 중국에서는 ‘빙두’라고 불린다.

마약 중독이 어느 정도인지 잘 나타내주는 것이 바로 김정일의 후계자인 김정은의 지시다. 김정은은 올 초 전국에서 마약투약자들을 ‘지위고하’를 따지지 말고 모두 잡아들이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마약을 하고 있음을 전제로 깔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아편전쟁이 일어난 청나라 말기의 대규모 중독 상태가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마약은 청소년까지 퍼졌다. 함경북도 청진의 제1고등중학교는 고위층 자녀가 주로 다니는 학교다. 최근 이곳에서 수십명의 고등학생들이 마약흡입 후 포르노비디오를 보며 음란행위를 하다가 보안부(경찰)에 적발됐다. 남청진고등학교에서는 마약에 중독된 학생들로 구성된 ‘소년강도단’이 강도와 강간을 일삼다가 적발돼, 소년 교화소에 무더기로 들어갔다. 평양 외국어대학, 김책공대 등 주요 대학에서도 마약사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마약 문제를 단속해야 할 국가권력 기관원 중에도 마약쟁이들이 꽤 있다. 국경지역 9군단 산하 군관학교 정치부장 최순철은 수년째 마약에 중독된 채로 근무하고 있다.

군관학교 산하 여군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흡입시키고, 마약을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군관학교 식량 등을 팔아 부정축재를 자행하고 있다는 소문도 퍼졌다. 군단 군관학교 교수 참모 조영희(여)와 많은 군관학교 여군들이 최순철 때문에 마약 중독자로 전락했다.

북한 체제 유지의 핵심부서인 국가보위부 간부 중에도 마약 중독자들이 수두룩하다. 국가보위부 7국 책임지도원 오영찬도 마약 중독상태에 근무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밤샘 조사를 하기 전에 마약을 복용하고 취한 힘을 빌려 더 심하게 죄수들을 취조한다는 것이다. 보위부 직원들 사이에 이것이 관례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보위부는 마약 단속권한을 가지고 빼앗은 마약을 소각시키지 않고 자신들이 흡입하거나 시장에 팔아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

상상하기 어렵지만 마약은 마치 현금처럼 쓰이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생일 선물이 마약이라고 한다. 심지어 결혼식 축의금을 마약으로 내는 사람도 있다. 이유는 현금만큼 잘 교환되기 때문. 시장에서 마약이 대규모로 거래됨을 반증한다.

유통되는 마약은 북한에서 제작된 것이다. 1980년대 초반 북한은 정권 유지에 필요한 외화(外貨)를 벌기 위해 마약을 대규모로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시 상원군에 위치한 상원제약공장(마약전문제조공장), 라남제약공장 등이 유명하다.

그러나 해외에서 계속 적발이 됐고 단속이 심해졌다. 특히 중국이 강력한 마약단속정책을 쓰기 시작했다. 해외로 나가지 못한 물량이 북한 내부에서 팔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팔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 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호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시장에 몰래 팔기 시작한 것이다.

한번 방어막이 뚫리자 들불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함흥 등 과학원에서 일하는 과학자들도 개인적인 돈벌이를 위해 몰래 마약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 상황은 북한 주민들을 마약 근처로 유혹했다. 최근 입국한 한 고위탈북자는 “화폐개혁 이후 마약 중독자가 더 급증했다”고 말했다.

최근 평양시내 고위간부들 사이에서 소문 하나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도 마약중독자이며, 김정일 자신도 마약의 힘으로 김정은을 데리고 다니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북한 정권을 유지하려 생산하기 시작한 마약이 북한 정권을 치는 칼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강철환 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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