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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추억] 10년 군생활 견디게 해준 상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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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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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수
/68년 함북 청진 출생 ·대전대학교 중어중문학과 4학년

열여섯 나던 해 입대해 만 10년을 군에서 보냈다. 평양 부근 수도방어사령부에 속한 부대였다. 사람들은 휴가도 없는 그 긴 세월을 어떻게 견뎠나 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된 나날이었지만 긴 병영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게 만날 수 있었던 상관들이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북한군에는 장성급이라도 제일 낮은 계급인 전사가 되는 체험을 하는 규정이 있다. 한국이라면 장군이 이등병이 되어 보는 식이다. 내가 군에 입대한 이듬해인 1985년 봄에 91훈련소 지휘부의 하나인 포병부 소장(한국의 준장)이 우리 중대에 와서 전사(사병) 생활을 했다. 일주일 정도였는데 직속상관인 분대장을 잘못 만나면 전사생활이 아주 힘들다. 나이든 사람이 반복동작도 해야 했는데 행동이 굼뜨다고 지적을 당하곤 했다.

군 고위급들로서는 기본 전투단위인 중대생활을 경험해 봄으로써 아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여단장이 전사생활을 하러 온 적도 있었다. 애로사항도 물어보고 식사도 같이 했다. 이럴 때는 우리 군인들도 뭔가 일체감을 느끼고 군복무를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을 다지곤 했다.

잠자리에 들면 고향생각이 나곤 했다. 하지만 입대할 때 인민학교, 고등중학교 학생들이 남녀 할 것 없이 두 줄로 환송해 주었던 것을 잊을 수 없어 그들에게 부끄러운 일이 없어야 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만기복무를 못하고 생활제대나 감정제대가 되면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며 그들에게 배신감을 줄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내가 있던 7대대는 사병들이 군관(장교)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군관들에게는 취사병들이 옥수수 대신 쌀밥을 대접하곤 했는데 그들은 오히려 신병들에게 대부분 덜어주는 것이었다. 90년대에는 군대도 식량이 몹시 부족해졌다. 신병들은 사회에서 영양상태가 나쁜 채로 입대해 오곤 했다. 게다가 가혹한 군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영실이"라고 부르는 영양실조에 걸리곤 했다. 그들에게는 토끼곰을 해 먹이고 식사도 따로 시켜 주었다. 내가 복무하던 중대에서는 신병이 배치돼 오면 분대장들이 매일 자기 식사의 절반을 덜어 그들에게 먹이는 것이 보편화되다시피 했다. 그것이 신병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신망이 높은가의 중요한 평가기준이 될 정도였다.

어떤 분대장들은 가장 늦게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는 가장 먼저 일어나 자기 분대원들의 침구류나 옷정돈 신발정돈을 해놓곤 했다. 중대에서 연탄가스 사고가 났을 때에는 군관들이 달려와 정신을 잃고 쓰러진 병사를 인공호흡을 시켜 헌신적으로 살려내곤 했다.

물론 비열한 지휘관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평양시민들이 쌀을 모아 음식을 마련해 오곤 했는데 빼돌리는 지휘관들이 있어 인민대표들이 병사들이 먹는 것을 지켜보겠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배고픈 군대는 타락하기도 쉬워 나중에는 군의 민폐가 말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배고픈 것은 고통스러웠다. 훈련 강도가 너무 높아 언제나 배가 고팠다. 군 복무하는 동안 키가 1cm밖에 크지 않았다.

군 복무 10년 동안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다만 그 긴 젊은 날, 고통스러운 길을 부축해 가며 함께 걸었던 군 동료들, 그리고 좋은 상관들의 기억을 떨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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