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휘락

국민대 초빙교수·정치대학원



1969년 자주국방에 나선 박정희 대통령은 능률적 지휘 보장, 통합전력 발휘, 군 운용의 효율화를 위해 군 지휘체제 개선을 군 특명검열단에 지시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국군참모총장’이다. 그 밖에 야전군사령부, 후방군사령부, 해군사령부, 공군사령부 등이 골자였다. 그러나 이 개혁안은 군 내부의 공감대 미흡, 국군참모총장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된다는 야당의 반대로 결국 백지화되고 말았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도 박 대통령과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장기국방태세 발전방향’(일명 818 계획)을 연구하도록 지시했다.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국방참모총장’을 신설하여 주요 작전 부대들을 통제하도록 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 개혁안 역시 국방참모총장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된다는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지금의 ‘합참의장’ 및 ‘합동참모본부’로 조정됐다.

그러다 지난 3월 천안함 폭침과 11월의 연평도 피격을 통해 군 합동성 강화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됐다. 정부는 ‘합동군사령부’ 신설을 중심으로 하는 상부 지휘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역대 세 번째 비슷한 개혁이 추진되는 셈이다.

육·해·공군 전력 운용의 통합성을 보장하고, 군사력 건설(군정·軍政)과 운영(군령·軍令) 간의 연계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안일 수 있다. 다만, 과거 유사한 방안을 추진했다 실패한 교훈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과 노 대통령이 추진했던 상부 지휘체제 개편안 모두 1인에게 막강한 권한이 집중될 수 있다는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였거나 변형된 모습으로 통과되었다. 이번 합동군사령부 신설 역시 그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박·노 대통령 시절 개혁안 논의 과정에서 해군과 공군은 육군 위주의 군 운용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였다. 그 결과 군 내부의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다. 해·공군의 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는 조치 없이 변화를 추진할 경우 또다시 개혁안이 좌절되거나 변질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합동 전력 발휘가 상부 지휘체제의 조정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한국의 현 합참의장은 다른 국가와 달리 지휘관으로서 주요 작전부대를 지휘하는 권한과 책임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의 사태에서 합동작전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지휘체제 이외의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합동작전 수행에 관한 군 간부들의 인식, 지식, 문화가 미흡한 것이 더욱 근본적인 요인일 경우 잘못된 진단으로 잘못된 처방을 내린 결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군 개혁을 위한 모든 논의가 합동군사령부를 중심으로 하는 상부 지휘체제 개선에 집중될 경우의 문제도 있다. 다른 개혁 조치가 모두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도록 군 개혁 작업 전반을 잘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상부 지휘체제의 개편과 같은 조치는 제대로 성공할 경우 군대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다만 그것이 ‘모든 것’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현 체제를 그대로 두고 운영상 문제를 개선하거나, 군 인사에 관한 변화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북해역 사령부’와 같은 중간 지휘체제의 개선 성과를 보면서 점진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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