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도발 현장의 金국방… 김관진 신임 국방장관이 4일 임명장을 받자마자 연평도를 전격 방문해 주민 피해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신임 김관진 국방장관이 취임 이튿날인 5일 아침부터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비해 서부전선 최전방 부대를 시찰하고 전투준비 태세를 점검하는 등 강행군을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7시쯤부터 서부전선 육군 강안 초소를 방문, 부대장으로부터 경계작전 현황과 적의 침투양상 및 대비책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김 장관은 초소에서 장병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직접 적과 접촉하게 되는 전투병들의 전투의지와 능력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며 “전사(戰士) 중의 전사가 될 수 있도록 교육훈련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김 장관은 4일 오전 국방부에서 취임식을 가진 뒤 오후에 헬기로 연평도로 날아가 해병대 연평부대의 지휘통제실과 포 진지, 레이더 기지 등을 방문하고 장병들을 격려했다. 김 장관은 면사무소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우리 군의 연평도 포사격 훈련과 관련, “(연평도) 사격훈련은 아직 시기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날씨가 허락하면 제반여건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연평도를 다녀온 뒤 국방부 청사 지하 벙커에 있는 합참 지휘통제실에서 북한의 다양한 도발 유형에 대비한 전술토의를 했으며, 이 자리에서도 지난 3일 청문회 답변처럼 북 추가도발 시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3일 청문회에서 “북한이 추가도발하면 항공기(전투기)로 폭격하겠다”며 야전 군인다운 단호한 답변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장관으로 취임한 뒤 첫 시험대로 연평도 포사격훈련 문제를 맞게 됐다. 지난달 23일 북한이 우리 영해의 일상적인 사격훈련에 대해 기습 포격을 한 뒤에도 적반하장격으로 ‘(한국군이) 다시 사격훈련을 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협박을 계속함에 따라, 군 당국이 이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23일과 똑같은 K-9 자주포 사격훈련을 계획한 것이다.

군 당국은 또 지난주 예고한 대로 6일부터 12일까지 서해 대청도 등 29곳의 해상에서 사격훈련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예민한 연평도와 백령도는 이번 훈련구역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일각에선 한반도 정전관리 임무를 맡고 있는 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및 한미연합사령관 겸임)이 우리 군의 연평도 포 사격훈련에 반대해 훈련이 늦춰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으나 국방부와 합참에선 “우리 영해 내에서의 훈련은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며 반드시 실시할 것”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김 장관이 4일 “가급적 빨리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실적으로는 군 내부 사정과 중요한 정치 일정 때문에 금주 중 실시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군 고위 소식통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신임 장관이 어느 정도 업무파악을 한 뒤에야 훈련실시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전방 지역에 설치된 확성기 방송 재개 문제도 김 장관과 우리 정부의 의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군 일각에서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대장급 군 수뇌부 문책인사설(說)이 나돌고 있는 것과 관련, 군 고위 소식통은 “현재로선 연평도 사태로 늦춰진 준장~중장급 장성 100여명에 대한 진급 및 보직 정기인사만 예정돼 있을 뿐 대장급 수뇌부 문책인사는 검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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