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찾은 혜심원 앞마당에는 대여섯 살 돼 보이는 꼬마 서너 명이 그네를 타며 놀고 있었지만, 연말 한때나마 답지했던 따뜻한 관심과 나눔의 손길이 크게 준데다 찬 바람마저 쌩쌩 불어 분위기는 썰렁하기만 했다.

토요일인데도 아이들을 돌보러 나온 방애영 사무국장은 “해마다 후원이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는 연평도 사건이 있어서 그런지 후원자나 기업체들이 이쪽까지 신경을 쓰기가 어려운 것 같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후원은 줄고 물가는 올라서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권필환 원장은 “공동모금회의 비리 같은 일들이 반복되니까 사람들이 복지시설에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정부 지원만으로는 부족해 아이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운영비를 아껴 쓰고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신생아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까지 원아 50여명이 생활하는 이곳에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거나 물품 또는 현금을 보태온 후원자를 제외하면 연말을 맞아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태다.

올 연말 우리 사회의 관심이 온통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쏠린데다 얼마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잇단 비리가 폭로되면서 그나마 꾸준했던 일부 후원가들마저 등을 돌린 탓에 작은 규모의 복지시설까지 후원이 줄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은평구의 아동보육시설 은평천사원도 ’온정의 손길’이 지난해와 단순 비교해도 40%가량 줄었다고 한다.

매년 이맘때면 도움을 주겠다는 연락이 자주 오곤 했는데 연말을 맞아 시설을 직접 방문해 돕겠다는 연락은 한 팀밖에 없었다는 것.

은평천사원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해 분위기가 너무 썰렁해 당혹스럽다”며 “아직 12월 초니까 좀 더 기다려보고는 있다”고 했다.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보육과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 중구 예산동의 남산원은 하루 평균 7~8명이 방문하는 추세는 예년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지만 실질적인 후원금은 크게 줄었다.

남산원 관계자는 “겨울 난방비가 많이 드는 데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밥퍼나눔운동본부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 단체는 오는 25일 거리 성탄 예배에 맞춰 노숙인과 독거노인을 위한 방한복 2천벌을 마련하고자 기존의 봉사자와 기업ㆍ단체들에 후원을 요청해 기다리고 있지만 확답을 준 곳은 많지 않다.

밥퍼나눔운동본부는 “연말에 많이 들어오는 후원이나 기부도 작년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후원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로구 ’돈의동 사랑의 쉼터’에서 일하는 김지영 사회복지사는 “후원해주신다는 곳은 몇 군데 있는 상태인데 아직 개별적인 봉사나 지원 문의와 관련해서 연락 온 건 없다. 예년에는 연말이면 이것저것 주겠다고 3~4건 정도 문의가 왔는데 올해는 조용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사회복지기관도 마찬가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희망 2011 나눔 캠페인’을 시작한 이달 1일부터 이틀간 모금액은 11억100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모인 157억원의 약 7%에 불과하다.

개인 기부의 척도 역할을 하는 ARS 모금도 이틀간 442만4천원(2천212통)이 모여 지난해 같은 기간 4천9통(801만8천원)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