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전부터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이달 초까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거와 판이한 ‘공개활동’ 패턴을 보여 주목된다.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사흘에 두번꼴’로 매우 분주하게 공개활동을 다닌 점이 우선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2주간 현지지도 10차례, 공연관람 1차례, 기념촬영 1차례 등 모두 12차례의 공개활동을 했다.

실제로 11월 21일, 24일, 27일, 28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날에는 모두 1∼2차례씩 공개활동 보도가 나왔다.

북한군이 연평도를 공격한 지난달 23일에도 김 위원장이 김일성대학 부속 평양의대와 룡성식료공장을 현지지도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하루 늦춰 전하는 북한매체 관행을 감안할 때 연평도 공격 당일인 23일 김 위원장은 공개활동을 하지 않고 모처에서 상황을 지켜봤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매체의 김 위원장 공개활동 보도가 22∼26일 닷새 중 24일만 빼고 나왔는데, 실제로는 21∼25일 닷새 중 23일에만 공개활동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군의 연평도 공격에 대응해 실시된 한미연합훈련 기간에도 훈련 이틀째인 지난달 29일부터 마지막 날인 이달 1일까지 사흘 연속 공개활동 보도가 나왔다. 마찬가지로 훈련 첫날부터 셋째 날까지 공개활동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처럼 활발한 공개활동을 과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직후에는 열흘간, 2002년 6월 2차 연평해전 직후에는 1주일간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보도가 북한매체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군사적 위기감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갈 수 있는 군부대 현지지도가 이 기간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도 의아하게 받아들여진다.

김 위원장은 이 기간 공장, 양어장, 대학, 신축 주택 등 다양한 장소을 시찰했고 지난달 29일에는 국립교향악단의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연평도 공격을 전후해 평양에 머물던 김 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 기간에는 연일 함경남도의 공장들을 시찰한 것도 궁금한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평양무용대와 해방산 신축주택 시찰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6일 이후 북한매체 보도에서 김 위원장이 평양에 있었다는 행적은 전혀 잡히지 않는다.

바로 이어지는 27∼28일에는 공개활동 보도가 없었고 29일 국립교향악단 공연도 평양에서 봤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어디든지 자신이 머무는 곳으로 공연단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향악단 공연 관람 이후 김 위원장의 동선은 △30일(이하 보도날짜 기준) 함흥 룡성기계연합기업소 분공장 △이달 1일 함흥 백운산식료공장 등 4곳 △3일 ‘단천 항만확장공사 현장’까지 계속 함경남도에서 잡힌다.

결론적으로 김 위원장은 한미연합훈련 개시 이틀전인 지난달 26일께 평양을 벗어나 함남도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달 29일의 교향악단 공연이 함흠에서 열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연합훈련 같은 외부 압박에 굴하지 않고 최고지도자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것 같다”면서 “내부적으로 주민결속을 다지고 외부적으로는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는 등 여러 가지 포석이 깔려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