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평도 민가를 조준 포격해놓고 지난 27일 "민간인 사상자 발생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유감"(조선중앙통신 논평)이라고 했지만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통일부 당국자)는 평가다. 북한은 '유감'을 언급하면서도 민간인 사망 책임을 "군사 시설 안에 민간인을 배치해 '인간 방패'를 형성한 적(남한)들의 처사"로 돌렸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28일 "북측의 '인간 방패' 및 '유감' 언급은 저들의 비인간적 도발을 합리화하는 것"이라며 "우리 국민과 군을 모욕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경우, 내부 자료에서 이번에 사망한 민간인 2명은 "연평도 주민이 아니라 본토에서 온 사람이고, 괴뢰 군사시설 안에서 포격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6·25 전쟁 이후 각종 도발에 대해 '유감' 의사를 내비친 것은 이번이 아홉 번째인데 노림수가 있을 때만 '유감', '적절치 못한' 등의 표현을 써왔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중국의 입김 때문에 '유감'을 거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감' 논평은 중국이 6자회담을 긴급 제안하기 전날, 중국 양제츠 외교부장이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소환한 다음 날 나왔다. 북·중 모두 민간인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날로 악화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남한 좌파 구하기'란 관측도 있다. 국내 좌파들은 천안함 때만 해도 대놓고 '북한 구하기'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할 말을 잃은 분위기다. 국내 좌파들에게 '북한은 무도한 집단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민간인 사망을 불러왔다'고 떠들 수 있는 명분을 주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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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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