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3일 취임한 김태영 국방 장관은 임기 중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잇달아 겪으며 1년2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25일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김 장관의 사퇴 배경에 대해 “최근 연속된 군 사고와 군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오늘 사의 수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천안함 사태 이후 5월 1일 공식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 대통령은 천안함 후속 조치와 한미 국방 장관 회담 등 연속된 현안 처리를 위해 김 장관의 사퇴서 수리를 미뤄왔다. 하지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커짐에 따라 전격적으로 사의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지난 23일 오후 북한의 방사포와 해안포 포격 이후 대응사격이 늦었고 사격발수도 북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초 대응사격 때 적의 포탄을 탐지하는 대포병레이더(AN/TPQ-37)는 제구실을 못해 민·군의 피해를 키웠다고 비판받았다.

대응사격에 동원한 K-9 자주포도 23일에는 6문이라고 했다가 24일에는 4문, 25일에는 3문으로 계속 바뀌면서 미숙한 대응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들었다.

김 장관은 올해 3월 26일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퇴진 압력을 받아왔다. 당시 군은 대비태세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열영상감시장비(TOD) 존재 여부 등에 대해 계속 말을 바꿔 군의 신뢰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장관은 두 차례나 천안함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이명박 대통령에서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위기의 군을 추스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유임이 결정됐다. 지난 8월 8일 개각 때도 ‘천안함 후속조치를 무리 없이 추진했고, 전시작전권 전환시기 연기 등 현안을 챙길 적임자’라는 평가 속에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포격 도발 때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이 터지면서 다시 김 장관의 책임론이 대두됐다. 북한이 170여발이나 무차별 사격을 가했는데도 대응사격은 80발에 그쳤고 그나마 13~14분이나 늦게 이루어졌다는 점 때문에 정치권과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 같은 비판이 잇따르면서 김 장관은 다시 사의를 표명했고 군 쇄신의 필요성을 느낀 이 대통령은 이를 수리했다.

/조선닷컴
권승준 기자 virtu@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