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 개최가 더 어렵게 됐다.

북측의 회담 제의에 대해 우리 정부가 금강산지구 내 남측 시설에 대한 북측의 동결·몰수 해제를 사실상 회담 개최의 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북측이 오는 19일 개성에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할 당국 간 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의한 데 대해 17일 "회담이 개최되기 위해서는 먼저 동결·몰수 조치가 즉각적으로 철회돼야 한다"는 내용의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

금강산관광 관련 회담을 하기위해서는 북측이 지난 4월 일방적으로 취한 동결·몰수 조치를 거두는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최근 금강산에서 개최된 이산가족 상봉행사(10.30~11.5)에서 북측이 남측 시설에 대한 동결·몰수 조치를 일시 해제했던 점을 예의주시했으나 상봉행사가 끝난 직후 다시 동결·몰수 딱지를 붙이고 자물쇠를 채우자 이런 상황에서 회담을 열어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북측에 의해 부당한 동결·몰수 조치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남북 당국 간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할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더욱 어렵게 됐다.

정부는 금강산관광이 재개되려면 2008년 7월 발생한 고(故) 박왕자씨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완비 등 이른바 `3대 선결과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올해 3월 발생한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측의 `성의있는 조치'가 더 무거운 조건으로 추가됐다.

여기에다 관광 재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동결·몰수가 철회돼야 한다는 새로운 조건이 추가된 셈이다.

북측은 4월 27~30일 이산가족면회소를 비롯해 소방서, 문화회관 등 정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소유한 금강산 부동산에 `몰수' 딱지를 붙이고 현대아산 등 민간업체들이 보유한 각종 관광 인프라를 동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회담 개최 자체에 조건을 걸기보다 회담을 열어서 동결·몰수 해제 문제를 같이 논의하는 게 적절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북측은 우리 측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5일 논설에서 "관광사업과 북남관계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관광사업에 대한 태도는 곧 북남관계에 대한 태도"라면서 "관광사업을 가로막는 것은 민족의 화해와 협력에 대한 부정이자, 북남관계 개선에 대한 부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강산관광 실무회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이산가족상봉 정례화 등 인도주의적 문제를 논의할 오는 25일 남북 적십자회담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북측은 25일 적십자회담 개최에는 합의했지만, 회담 장소로 우리 측의 도라산 출입사무소 제안에 대해 구체적인 동의를 해오지 않은 상태다.

북측은 `19일 개성 회담'을 제의하면서 "관광재개 회담이 열리면 11월25일 진행되는 남북 적십자회담에도 유리한 분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적십자회담을 매개로 금강산관광 재개를 간접적으로 압박했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관광과 인도주의 문제를 논의할 적십자회담은 전혀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측이 대규모 쌀과 비료 지원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도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북측이 금강산관광 관련 회담을 매개로 적십자회담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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