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이후 남북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경제 현안을 논의한 G20 정상회의와 남북관계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지만 'G20 후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 정부가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상반기를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내년 상반기를 그냥 지나칠 경우 사실상 차기 대선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동력이 떨어지는 만큼 '대형 이벤트'를 추진할 시의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최근 정부 내부에서 이른바 대북 협상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관측도 이런 흐름을 말해준다.

한 대북 전문가는 14일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봤을 때 내년 상반기 내에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만들어야 힘을 받고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올겨울을 잘 보내야 내년 상반기를 기대할 수 있고,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정부가 움직일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으로의 후계승계를 공식화한 북측도 후계체제 안정화를 위해 남북 및 북미관계 개선과 외부 사회로부터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도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도 남북관계 개선을 6자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달고 있다.

이산가족상봉 등 최근 북측이 보인 일련의 유화공세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른바 '인도적 현안'을 매개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우리 측의 이산가족상봉 정례화 요구에 대해 북측이 쌀 50만t과 비료 30만t 지원을 요구하는 가운데 대북 인도적 지원 카드로 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예정된 남북 적십자회담이 주목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이 인도적 사안에서 진전을 이루면 현재의 꽉 막힌 남북관계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적십자회담과 북측이 요구한 금강산관광 문제를 논의할 당국 간 실무회담을 계기로 남북 고위급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적십자회담과 금강산관광 실무회담 등은 대화 모멘텀 유지라는 측면에서 중요하지만 결국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고위급회담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현재의 남북관계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북측의 천안함 사태에 대한 책임 인정과 비핵화를 위한 성의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확고하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G20 정상회의 이후 남북관계 변화 가능성에 대해 "전적으로 북한에 달렸다. 진정성이 담긴 노력이 이어진다면 남북관계는 자연스레 좋아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당분간 경색 국면은 불가피하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남북관계 변화 가능성에 대한 분위기가 조금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변화를 이끌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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