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북한측 상봉 신청자 97명 가운데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 처리됐던 국군 출신 4명이 포함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4명의 국군 출신 가운데 최고령자인 리종렬(90)씨는 전쟁 중 입은 총상 등으로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다. 상봉 기간 동안 북측 의료진이 리씨 주변을 지키며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기도 했다.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적 대북 지원을 연계시키려는 북한이 남측의 적극적인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국군 출신 생존자를 내세웠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북에 생존한 국군 출신은 전향한 사람들이며 국군포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측의 태도가 워낙 강경해 국군포로의 현황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북한이 국군포로 존재를 공식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국군 출신’을 4명이나 상봉장에 내보내 남한의 관심을 끌고자 했다는 것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6~27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쌀 50만t과 비료 30만t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북측 대표단은 우리 측이 제기한 ‘상봉 정례화’를 비롯한 이산가족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쌀·비료를 제공하면 풀어갈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이산가족 문제와 인도적 지원 문제를 연계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북측은 또 상봉 정례화를 위해서는 상봉장소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그러려면 관련 실무회담이 빨리 개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산가족면회소가 포함돼 있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조속히 개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정부는 이들 4명의 신병이 북측으로 넘어간 경위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어 이들을 ‘국군포로’가 아닌 ‘국군출신 이산가족’으로 표현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4명의 지위를 전사자로 남겨둘지 국군포로로 변경할지 등은 상봉 행사가 끝난 뒤 가족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할 방침이다.

/조선닷컴
채민기 기자 chaepli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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