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5월 제네바에서 열린 제51차 세계보건기구(WHO) 회의에 참석한 그로할렘 브룬트란트 사무총장.

북한의 보건의료 체계는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지원이 필요한 참담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그로할렘 브룬트란트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20일 밝혔다.

사흘간의 북한방문 일정을 마치고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브룬트란트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로 떠나기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붕괴위기에 처한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을 전하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WHO는 내주 중에 북한의 '개발과 비상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800만달러 모금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브룬트란트 사무총장이 북한측으로부터 보건의료 분야 예산을 확충하겠다는 확답을 받지 못하고, 아프가니스탄 난민구호 등 다른 시급한 사안에 대한 국제사회 지원호소가 빗발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북지원을 호소한 것은 북한 보건의료 체계가 처한 심각한 위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자칫 '기부국 피로' 현상이 초래될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북한과 같은 나라를 지원할 필요성은 여전히 시급하다고 말했다.

브룬트란트 사무총장은 21일 중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만나 김영남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관리들과의 회담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브룬트란트는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북한 주민들의 보건이 경제난을 비롯한 여러가지 이유로 타격을 받아왔다'면서 20년간 없던 말라리아가 출현해 올 연말께는 감염자가 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은 북한의 보건의료체계가 얼마나 악화됐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의 병원들이 수돗물과 의약품, 의료장비, 전력 등 기본적인 것마저 부족한 상황이며 농촌의 경우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으로 전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관리들에게 건강한 인구가 경제회생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내총생산(GDP)의 3%에 불과한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예산을 늘릴 것을 촉구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보건의료 분야 예산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프리카는 물론 세계 최빈국인 방글라데시의 3.8%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북한 국방예산의 10분의1에 불과한 것이다./베이징교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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