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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제형사재판에 회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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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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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협이 22일 제1회 인권·환경대회를 열어 김정일 등 북한 지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문제를 공론화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활동 중인 권오곤 국제유고전범재판소 부소장은 "한국과 일본 정부는 납북자 문제를 들고 김정일을 ICC에 제소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날 토론에선 김정일을 국제형사재판에서 처벌할 수 있는지, 국제형사재판에 회부하기 위한 법률적 요건이 뭔지 등이 최대 쟁점이었다. 지난해 12월 국내 시민단체들이 연합해 ICC에 북한의 인권 실태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적이 있지만, 이 문제가 법률적인 관점에서 공론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일을 반인도범죄로 처벌할 수 있나

중국이 문제다: 납북자 문제는 제소할 수 있어…
수용소 고문 등 인권유린은 유엔 안보리 결의 통해 가능
중국이 거부할 가능성 높아

권오곤 부소장은 이날 '반인륜범죄에 관한 국제형사재판권'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탈북자 등에 의해 증언되고 있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내에서의 공개처형, 고문과 살해, 기타 성범죄 등 잔혹한 범죄들은 ICC가 처벌 대상으로 삼는 반인도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ICC는 집단살해죄, 반인도범죄, 전쟁범죄 및 침략범죄를 재판 대상으로 삼고 있다. 북한 문제는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행위인 반인도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반인도범죄는 고문이나 살해, 강간, 강제 구금·이동, 납치, 노예화 등으로 구성된다.

권 부소장은 그러나 북한이 ICC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있어야 ICC가 재판 관할권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부소장은 "이 방법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있어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면서, "ICC 가입국인 한국과 일본이 자국민 납치에 대한 처벌을 ICC에 요청할 경우 재판 회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납치 자체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벌어진 범죄이고, 북한이 송환 요구를 거부하는 한 범죄가 계속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권 부소장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김정일도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남북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점 등을 고려하면 국제법적으로 통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이런 난관을 피하기 위해선 납북 피해자를 매개로 전제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범죄 입증'이 관건

증거가 문제다: 단지 말만으로는 입증 못해…
"김정일이 인권유린 지시" 확실한 증거 수집이 관건
北인권 법안 처리 시급해

이날 토론 참석자들은 그러나 이론적으로 재판 회부가 가능하더라도, "사실 관계와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 부소장은 "'북한 주민은 굶주리는데, 김정일은 호의호식한다'는 식의 말만으로는 반인도범죄를 입증할 수 없다"며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이 인권 유린행위를 지시했거나 알고 있었음에도 묵인했다는 점을 입증하려면 인권 실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에게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장철익 사법연수원 판사는 "사실 관계를 제대로 조사해야 반인도범죄 구성 요건에 부합하는지 입증할 수 있다"며 "사실 관계 조사는 통일 이후 북한정권 범죄에 대한 청산을 준비하는 작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해서도, 먼저 사전조사가 중요한 만큼 유엔 내 북한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할 계획"이라며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중국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만들어야

이날 행사에는 윗팃 문타폰 유엔(UN)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참석해 유엔에 보고된 북한 인권 실태를 발표했으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의 개선점도 논의됐다. 최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은 북한 주민 생존권과 인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북한식량 전달과 분배를 감시하거나, 북한인권재단, 북한인권자문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정학진 변호사는 "북한 인권침해의 실상을 볼 때 더이상 늦춰서는 안 될 법률"이라며 "인권침해 실태의 조사, 기록 보존을 위해 북한인권문제를 기록하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만드는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헌 서울고검 검사는 "정치적 동기에 따라 지나치게 추상적인 법률을 만들지 말고, 집행의 실효성과 대북정책 등을 고려해 좀 더 구체적으로 입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는 페르난도 펠라에즈 비에르 세계변호사협회장, 레스터 황 아시아변호사협회장, 김평우 대한변협 회장 등을 비롯한 국내외 법조인 200여명이 참석했다.

☞ 국제형사재판소 ICC

전쟁이나 반평화·비인도적인 국제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2002년 7월에 문을 열었다. 본부는 네덜란드의 헤이그에 있다.

ICC는 지난해 3월 수단 다르푸르 지역의 인종학살 사태와 관련해 현직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수단의 알 바시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당시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인민의 지지를 받아 합법적으로 선거된 국가수반을 체포하겠다는 것은 주권국가의 자주권에 대한 난폭한 침해”라며 반발했다./류정 기자 wel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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