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15일, 여야 간 대립으로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북한 인권법안에 대해 “충분하게 논의는 하되, 그것이 국제사회의 기준(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논의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가 북한인권 문제에 주목하고, 북한인권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이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 줄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문타폰 보고관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의 내용을 잘 알고 있고, 다양한 북한 인권 문제가 한국 사회 내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것도 안다”고 했다.

북한인권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북한인권 기록보존소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북한인권법안은 인권의 ‘보편성’과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대한 여야 간 대립으로 17대 국회에선 자동 폐기됐고, 18대 국회에서도 상임위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문타폰 보고관은 “(북한인권법 논의는) 한국이 민주국가로서의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했다.

지난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의 차이에 대해 그는 “정부마다 강조와 우선점이 달랐다. 지난 정부는 북한인권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했고, 현 정부는 상호주의 원칙 속에 대북정책의 실질적 성과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타폰 보고관은 탈북자 인권과 관련, “북한이 (강제송환된) 탈북자에 대한 처벌을 최근 강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03~2004년엔 감옥에 보내는 대신 강제노역으로 처벌했는데, 최근엔 감옥에 보내고 가족까지 연좌제로 처벌하며 심한 경우 처형까지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북핵 6자 회담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가 논의됐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6자 회담이 재개되면 그 틀 안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작년 말 북한인권 개선을 요구하며 입북한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박 문제에 대해 문타폰 보고관은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권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해결돼야 한다”면서, “국제법적으로 보장된 영사보호와 미국 외교관들의 접촉과 보호에 대한 북한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최근 화폐개혁에 대해선 “시장제도를 억압하고 화폐 유통을 통제하는 수단의 일환”으로 평가했다.

2004년 초대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에 임명된 문타폰 보고관은 오는 6월 6년 임기를 마친다.

정우상 기자 imagi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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