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3시 연세대 서울 신촌캠퍼스 앞 번화가. 이광필(46)씨가 모는 소형 승합차가 '광(光) 케이크 카페'란 간판의 건물 앞에 멈췄다.

검은 양복 차림의 이씨가 42인치 TV를 차에서 꺼냈다. 전원을 찾아 멀티 탭 5개를 연결해 건물 2층 카페의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았다.

TV 화면에 납북자 문제 등 북한의 인권 상황을 고발하는 영상이 나오자 이씨는 20대 젊은이가 위주인 행인들에게 전단을 돌리기 시작했다.

광 케이크 카페 주인인 이씨가 벌이는 '대국민 홍보전'이다.

그는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층은 북한을 '우리와 상관없는 나라'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은 혼자서라도 꼭 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신촌 대학가에서 피부 미용실과 국숫집도 운영하는 사업가다. 이 동네를 오가는 젊은이들에게 납북자 문제를 환기시키는 `나 홀로 홍보'는 올해로 3년째다.

대형 승용차에 납북 피해자 사진을 붙여 시내를 돌다 지금은 소형 승합차에 스피커를 탑재하고 북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을 방송하고 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같은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실상을 어떻게든 알리려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처럼 납북자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가 친구 때문이라고 했다.

고교 동창이던 이재환(당시 미국 MIT대 박사과정)씨가 1987년 오스트리아 빈으로 여행을 갔다가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당했다는 것이다.

그때 영국에서 유학 중이던 이씨는 "어떻게 여행 중인 무고한 학생을 잡아갈 수 있느냐"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탈북을 시도해 정치범 수용소에 갇혔다는 얘기가 돌던 친구 재환씨는 2001년 북측에 의해 사망 사실이 확인됐다고 한다.

이씨는 친구 생각에 울분을 삭이다 2007년 납북자가족협의회 홍보 대사를 맡으며 북한 인권 운동을 시작했다.

가수이기도 한 그는 4집의 앨범 가운데 최근 두 앨범을 재환씨와 다른 납북 피해자를 기리는 노래로 채웠다.

북일 간 외교 문제까지 일으킨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를 위로하는 곡을 일본어로 녹음해 현지 공연까지 했다.

국내 홍보만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을 바꾸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씨는 내년부터는 캐나다와 일본 등지의 북한 인권 관련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노래할 계획이다.

세계 각국이 대북 인권 증진 법안이나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하는 게 그의 목표다.

그는 "내 캠페인은 친구의 원혼을 달래는 수단"이라며 "북녘 동포를 죽음과 기아로부터 구출할 때까지 계속 활동하겠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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