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 홍콩 구룡반도의 중국 접경지역에서 대륙 쪽을 바라본 적이 있다. 광활한 논밭 가운데 오리떼가 노니는 못들이 보이는데 별나게 눈에 띄는 커다란 입간판이 있었다. 거기에는 괴로움을 더하고 괴로움을 초래한다는 뜻인 ‘고가고래(고가고래)’라고만 쓰여 있었다. 코카콜라를 음에 가깝게 의역한 것으로 당시에는 서방인 구룡 측을 겨냥한 반미·반자본주의 구호인 것이다. 코카콜라화(화)ㅡ 하면 미국화를 뜻했으리만큼 아메리카나이즈의 전초가 코카콜라다. 그래서 미국문화의 저지나 미국문명에의 저항을 코카콜라 전쟁이라고도 한다.

그 전초상품이 여태까지 상륙하지 못했던 지구상의 유일한 지역인 북한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있었다. 신의주 대안인 단동(단동)에서 북한에 들여보내고자 트럭에 싣는 중국제 코카콜라의 포장에는 ‘고가고래’가 아니라 ‘가구가락’으로 돼 있음을 볼 수 있다. 고래(고래)로부터 가락(가락)으로의 대단한 변신이요, 코카콜라의 세계지배가 달성되는 순간이란 차원에서 주목하게 하는 장면이다.

남미 원산의 흥분제인 코카의 잎과 정력제인 콜라너츠를 배합해 만든 이 소프트 드링크가 선풍적으로 팔려나간 데는 밤을 즐겁게 하는 사랑의 묘약으로 은밀하게 소문난 것이 그 비결이었다. 병 모양이 지금 모습으로 통일된 것은 1916년의 일인데 코카나무의 잎 모습을 본뜬 것이라기도 하지만 역시 사랑의 묘약 이미지가 숨어 있다. 여인의 무릎 부위를 꼬듯 바싹 죈 호블 스커트가 원형으로 당시 호블 스커트는 섹시패션의 극치였기 때문이다.

‘목마름에는 계절도 국경도 없다’는 로고가 세계화에 큰 몫을 했다기도 하고, 2차대전 중 미국의 모든 병사는 세상 어디에 가서 마셔도 5센트에 마실 수 있게 한 적자를 감안한 상술이 세상 가지 않은 곳 없는 미국병사로 하여금 세계화시켰고, 따라서 양키음료로 아메리카니즘의 상징이 됐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광복 후 미군들이 갖고 들어온 것이 처음이지만 1930년대 일본 유학생들이 미국탕약(탕약)이라 하여 사들고 오기도 했다 한다. 코카콜라가 들어간 다음에는 청바지가 따르고, 그 청바지 가랑이 물고 미키마우스가 뒤따른다던데 가구가락 후경을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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