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7일은 (개성공단의 현대아산 근로자) 유씨가 억류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라며 “북한은 접견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유씨를 즉각 석방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씨 억류는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는 지난 4차례의 개성 남북 접촉에서 “유씨 문제만 해결되면 다른 남북 현안들에서 양보할 여지가 생길 것”이란 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냈지만 북측 반응은 싸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지난달 19일 3차 접촉 당시 유씨 문제에 대해 “인차(곧 또는 앞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진전 조짐을 보였지만 지난 2일 4차 접촉 때는 유씨의 ‘유’자(字)도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준비해간 유씨 가족의 편지도 전달하지 못했다”며 “벽을 보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유씨 억류가 100일째 접어들면서 그동안 침착했던 유씨 가족들도 불안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가족들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아야 유씨가 빨리 돌아올 수 있다고 판단해 인내심을 발휘했지만 최근에는 마냥 기다리는 게 최선인가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특히 가족들은 북한에 체포돼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미국 여기자 2명의 가족들이 언론에 나와 석방을 촉구하는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 억류 이유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북측은 “유씨가 체제를 비난했고 여성 종업원을 변질·타락시켜 탈북을 책동했다”고만 말할 뿐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한 줄도 밝히지 않았다.

한 정보 당국자는 “유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리비아 근무 시절 친했던 북한 여성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안다”며 “혹시 그런 내용이 북측 귀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정을 한다”고 했다.

개성공단 관계자는 “유씨가 처음 체포됐을 때만 해도 남북 근로자 모두에게 ‘언행에 조심하라’는 경고 정도로 알았다”며 “곧 풀려날 줄 알았는데 여태 잡혀 있는 걸 보면 북한이 ‘대남 카드’로 유씨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재 북한은 개성공단의 토지임대료 5억달러와 임금 300달러 인상을 요구하는 협상을 유씨 문제와 연계시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에 남북관계 경색이 겹친 현 상황에서 유씨 문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8~9월까지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북한 형사소송법에는 범죄 혐의를 확정하는 ‘예심(豫審)’ 단계가 있는데 반(反)국가 혐의를 받을 경우 최장 6개월까지 예심이 가능하다. 유씨는 지난 3월 30일 체포됐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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