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쪽 해안도시 니가타(新潟). 한 달에 두 번꼴로 북한으로 가는 여객선 만경봉호가 아직도 이곳에서 뜨고 있다. 70년대 말 요코다 메구미양을 비롯해 몇 명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북한으로 납치돼 간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반북한 감정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조총련계 동포들이 운영하는 초·중학교 과정의 조선학교가 있다. 한때 130~140명이 다닌 적도 있었으나 이제는 40명이 될까말까한 학생들만 남아 있다. 10명 정도의 교사들은 조선학교와 도쿄의 조선대학 출신이다.

이곳 한국영사관 관계자는 니가타현에는 현재 2631명의 재일교포들이 살고 있고, 이 중 1046명이 조총련계로 분류된다고 한다. 1950년대 조총련 조직이 생긴 이래 압도적이었던 조총련계 교포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어 교포사회에서 소수파가 된 지 오래지만 그나마 니가타 지방에는 아직 많은 편이라는 것이다.

재일교포 2세로서 조선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이신화(李辰和·42)씨는 일본의 다른 공립학교처럼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기부금과 비싼 등록금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운영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가 안내한 교실에는 중학교 과정에 10여명의 학생들이, 그리고 초등학교 과정의 한 교실에는 단 두 학생이 앉아서 공부하고 있었다.

대도시 속의 외딴섬 분교와도 같았지만, 이 교장은 “신념 없이 이 일을 할 수는 없다. 우리의 기본적인 생각은 1세들이 거의 사라지고 있는 일본땅에서 어떻게 민족말과 민족성을 지켜갈 수 있는가이다”고 거듭 말했다. 북한의 이른바 수령주의를 담은 ‘혁명역사’는 가르치지 않고, 민족교육을 받기 위해 이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 중 20명은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우리 영사관측은 한국 국적 학생은 없다고 했으므로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지만, 일본 내 조선학교는 북한의 것이 아니라 민족의 것이라고 강조하는 교장의 의지는 뚜렷이 느껴졌다.

일본경제의 장기불황과 여러 가지 제도의 변화, 무리한 대북 송금 등으로 어려움에 빠져있는 조총련계 기업과 동포들의 현실은 현재 우울하다고 한다. 니가타의 조선학교에서도 활기와 희망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조총련계 동포들이 한국 기자를 환대하고, 기자 또한 큰 두려움 없이 조선학교를 방문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아울러 왜 많은 재일교포들이 한 때 나라 없이 살았던 설움을 북한을 통해 달래려고 했던가에 대해서는 진지한 탐색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김미영기자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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