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멀리 북한이 바라보이는 중국측 압록강변에서 중국 단둥 주민들이 저녁 바람을 쐬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6자 회담에 정면대치되는 이번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중국이 긴장 완화를 위해 수년간 펼쳐온 '조용한 외교(quiet diplomacy)' 입장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뉴시스

핵문제 등에서 그동안 북한의 입장을 옹호해 왔던 중국의 태도가 최근들어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제2차 핵실험을 계기로 더이상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9일 보도했다.

저널은 25일의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의 행동에 대한 중국 지식층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으며 북한이 이제는 중국의 맹방이기보다는 ’책임’과 심지어 위협까지 되고있다는 지식층의 시각이 중국의 실제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그동안 거듭된 북한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제재할 경우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국제적 제재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2차 핵실험에 이어 미국과 한국 선박등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전례없이 호전적인 행동으로 국제사회를 분노시켜 신중한 대북정책을 주장해 온 중국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는 분석가들의 지적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조지 타운대 교수는 AFP 통신에 “중국은 새로운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지지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전적으로 고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도전적인 핵실험과, 6자회담의 사실상 무산 등으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약화된만큼 중국이 그동안 주장해 온 신중한 대북정책이 설득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만약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할 경우 유엔 재재를 지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6개월이 아닌 1-2주 내에 결정돼야 할 시급한 사안이라고 지아 칭구오 베이징대학 교수는 AFP통신에 전망했다.

2차 핵실험 이후 중국내 여론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중국의 대외 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소나 학계 전문가들은 물론 관영 언론 매체들도 북한을 옹호해 온 정부의 대북한 정책에 비판적인 논평들을 게재하고 있다.

북한과 가까운 지린성의 정부운영 연구소에서 일하는 장 유샨은 “북한이 중국에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의 논평은 변화된 중국 식자층의 북한관을 반영하는 것으로 과거에는 대다수가 북한에 반대할 경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했으나 이 같은 시각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산하 연구소격인 중앙당교(黨校)의 장 리안구이는 “핵무기를 폭발시키는 이웃을 두는 것은 중국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기관지 인민일보가 운영하는 영문 웹사이트 ’글로벌 타임스’도 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북한에 보다 강경하게 대처할 것을 촉구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인접국들과 껄끄러운 난제들을 회피하려 하는’ 중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하는 논평을 실었다.

논평은 중국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와 같은 분쟁들에 보다 직접적으로 대처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이 당장 북한에 대한 정책을 바꿀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대신 상황 변화를 감안해 ’적당한 수준의’ 제재를 지지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은 예상했다.

중국은 2006년 첫 핵실험 당시 돈과 석유 및 식품 공급을 일시 중단했으나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추진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중국의 기존 ’점진적인’ 접근 방식의 대북한 정책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가들의 전망이다.

중국 지도부는 북한이 혼란에 빠질 경우 국경지대가 불안해질 수 있으며 만약 북한이 붕괴될 경우 남한에 의해 통일돼 바로 인접한 곳에 친서방 정부가 들어설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따라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진행중인 것으로 보이는 북한 지도자 김정일의 승계 작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위험통제그룹(CRG)의 분석가 앤디 질홀름은 중국이 경제적,지정학적 현실을 이용해 장기적으로 북한을 보다 ’유연’하게 만드는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이 고려해야 할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는 한국이다.

한국은 지난 1992년 수교한 이후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는 중국과 비슷한 견해를 가져왔으나 2006년 핵실험 이후 한국내 분위기가 변했으며 특히 2007년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대북정책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일본도 이번 핵실험 이후 자체 핵무기 개발을 촉구하는 등 강경론이 일고 있어 중국의 ’점진적’ 접근 방식은 갈수록 고립되가는 실정이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