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하게 된 데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핵개발에 대한 강대국의 '이중 잣대'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인 세이머스 밀네는 27일자 신문에 실린 기고문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핵무기에 대한 '열망' 때문만은 아니라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지난 2003년 있었던 미군의 이라크 침공을 목격한 뒤 "무기 시찰단을 받아들여 군축에 나선다고 해서 전쟁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전쟁을 자초할 수도 있다"고 판단, 자위 차원에서 핵개발에 매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에 의해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분류된 북한, 이란, 이라크 중 대량파괴무기(WMD)가 없었던 이라크는 미군의 공격을 받았다. 핵능력을 채 완성시키지 못한 이란의 경우 미국ㆍ이스라엘의 군사적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얻은 '교훈'은 명확했다고 밀네는 설명했다.

물론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전임 부시 정권과는 다른 대북 접근법을 택했지만, 미국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 북한으로선 또 한번의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었으리란 것이 밀네의 분석이다.

또, 주요 핵보유국들의 '이중 잣대' 역시 북한의 핵개발을 부추겼다고 밀네는 주장했다.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서방 국가들이 이제 막 핵보유국 대열에 동참하려는 국가들을 향해 "불법적인 무기로 인해 세계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일종의 위선이라는 것이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의 핵보유는 용인하면서 북한과 이란을 향해서만 '규칙을 위반했다'며 각종 제재조치를 부과하는 것 역시 이중 잣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밀네는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핵무기비확산조약(NPT) 가입국도 아닌 북한이 핵군축에 나서기를 기대하기란 무리라는 것이다.

밀네는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달 체코 연설을 통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오바마의 표현대로 "남은 생애 안에 이뤄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일"에 가깝다고 밝혔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이달 초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강대국들이 대규모 핵군축에 앞장서지 않는 이상, '실질적 핵무기 보유국'을 포함한 핵보유국은 수 년 내에 현재의 두 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밀네는 만약 미국이 북한에 추가 제재를 부과하는 대신 한반도의 통일을 장기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북 협상을 추진한다면 이것이야말로 '평화 증진을 위한 역사적인 기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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