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규약에 명시된 ‘대남(대남) 적화통일(적화통일) 노선’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은 ‘남조선 해방’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일까?

세종연구소 이종석(이종석) 연구위원은 “북한은 1992년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하면서 대남 적화통일을 상징하는 기존의 ‘전국적 범위에서의 외세를 물리치고…’란 부분을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원칙에 의한 조국통일 실현’으로 바꿨다”면서 “금년에 북한이 노동당 7차대회를 연다면 당 규약을 이런 식으로 수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한 전문가는 “북한도 현실적으로 적화노선이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면서 “김일성도 1984년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에게 ‘대남 적화통일은 포기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상회담 수행원으로 평양에 다녀온 한 당국자는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의 노동당 규약이나 형법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자 허(허)를 찔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엉겁결에 한 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북한 노동당은 남조선 혁명을 전제로 한 정당이며, 김정일 위원장은 공산주의자임을 자처했다”면서 “공산주의를 포기하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 적화노선 수정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이같은 내용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비본질적 싸움에 말려 있다. 청와대의 ‘비보도’ 요청이 깨진 뒤인 20일 한나라당 권철현(권철현) 대변인이 이회창(이회창) 총재도 17일 김 대통령으로부터 그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확인한 데 대해 민주당은 20일에 이어 21일에도 거듭 비난을 퍼부었다. 정동영(정동영) 대변인은 “야당 총재가 국가기밀을 털어놓은 것은 이 총재가 처음”이라고 공격했다. 이 총재는 21일 오후 당5역 회의를 소집,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불쾌감을 표시하고, “민주당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만일 거부하면 야당은 더이상 대북정책에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전하라”고 지시했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김창균기자 ck-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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