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수교 후 평양에 대사관을 설치한 영국의 외교관들이 외부와의 통신수단 미비 등으로 업무 수행에 큰 곤란을 겪고 있다고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호(13일자)에서 보도했다.

이 잡지는 ‘평양 블루스(Pyongyang blues)’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작년 12월 토니 블레어 총리의 갑작스런 대북 수교 발표와 수교 협상의 신속한 진전 등에 따라 지난 7월 말 시급히 개설된 평양 주재 영국대사관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다소 신랄한 논조로 전했다.

영국 대표로 파견된 ‘불운한(unfortunate)’ 사람은 제임스 호어(James Hoare) 평양 주재 대리대사와 그 부하직원 1명으로, 이들은 미리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영국 외무부가 다른 외교활동을 위해 마련한 예산들을 ‘긁어 모아(scrape together)’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과거 동독대사관으로 사용됐던 ‘음침한(dour)’ 건물에 사무실을 내고 있는데, 그나마 좀 쓸 만한 비품은 그들이 도착하기 전 다른 외교관들이 모두 집어간 뒤였다. 특히 이들은 외부세계와 통하는 통신수단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휴대용 PC를 2대 갖고 있으나 북한 내에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없으며, 외국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연결해 보려는 노력은 ‘불가사의하게도(mysteriously)’ 매번 실패했다.

북한측은 애초 영국 대사관에 위성통신 시스템을 설치해주겠다고 약속했다가 나중에 철회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북한의 ‘부지런한(industrious)’ 전화도청자들은 심지어 통화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도 이미 녹음한 테이프 소리가 들릴 정도로 다시 틀어보기도 한다. 대사관 직원들은 또 서커스를 보러 가려고 해도 북한 외무성에 사전 통보를 해야 하며, 외교부 의전실 전화번호를 제외하고는 북한 정부기관의 전화번호나 주소조차 가질 수 없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북한 외무성 직원들도 외부세계와 단절돼 있어서 9·11테러 다음날 서방 외교관 한 명이 북한 정부의 반응을 묻기 위해 외무성에 전화를 걸었으나 직원들은 그 사건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 신용관기자 q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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